[김수인의 직격 야구] 장정석 검찰 조사의뢰, 팬들이 웃을 일

권정식 2023. 4. 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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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삼성-NC의 대구 개막전에 앞서 시구를 한 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초(超)비상상황에 처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대처가 대조적이어서 야구 관계자뿐 아니라 팬들은 허탈해 한다.

먼저 대한축구협회를 보자. 축구협회는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지난 4일 사퇴했다. 축구협회는 승부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이던 축구인 100명에 대해 기습 사면과 철회 조치로 큰 비난을 받았다.

금전비리와 경기장 폭력 등으로 제명된 이들까지 사면에 포함된 것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정몽규 회장을 제외한 임원진 총사퇴가 단행된 것. 이 과정에서 정몽규회장은 여러차례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KBO쪽은 어떠한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연속 1라운드 탈락, 장정석 KIA 단장의 어이없는 뒷돈 요구,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 선수 불법 도박 제보로 3월 중순이후 연이어 악재가 터졌다. 그렇지만 야구인과 팬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었다.

지난달 16일 허구연 총재와 10개 구단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A4 용지 한장짜리 보도자료로 낸 게 전부다. KBO에는 부총재라든지, 이사진이 없으므로 책임의 주체는 허구연 총재 1인이다(KBO 이사인 구단 사장은 개별 그룹에서 임명). 그런데 허 총재는 한번도 고개를 숙인 일이 없다. 더구나 지난 4일 발표한 조치는 다소 어이가 없어 보인다.

KBO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이어진 부정과 품위손상 행위 및 의혹에 대해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공감하며 엄중히 대처하기 위해 검찰 수사 의뢰 등을 조치한다'고 밝혔다. 이중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한 장정석 전 단장이 포함돼 있다.

KBO는 장 전 단장의 비위를 수사의뢰하며 무슨 '정의의 사도'인양 생색을 냈다.

장 전 단장의 비위는 범죄구성 요건이 될까 말까한 경미한 사안이다. 뒷돈을 요구받은 박동원(LG)의 녹음녹취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수가 없고 더구나 뒷돈 요구가 실현되지 않아 '사건'이라고 할 수 없다. 달리 조사할 내용도 없다. 그런데 조사 의뢰?

판사 출신 A변호사는 "뒷돈 요구만 했다면 범죄구성 요건이 되기 어렵다. 사안이 가벼운 만큼 내부 징계감이고 설혹 소송이 벌어지더라도 벌금 200만~300만원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KBO는 '평지풍파'를 일으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법학석사'인 허 총재와 사내 변호사가 포함된 KBO 조사위원회에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린 건 참담하기 그지없다. 회사원, 주부에 이어 10대들에게까지 마약이 스며들어 '마약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거들떠도 보지 않을 귀찮으면서도 하찮은 사건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치자. 참고인인 박동원이 시즌 중 검찰에 불려 다니면 이래저래 심신이 지쳐 그의 경기력이 엉망이 될 것은 보나마나다(학폭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두산 투수 이영하는 올 시즌 첫 등판이 빨라야 6월 중순이다). 박동원은 팀의 주전 포수요 공격핵심이어서 선수 개인뿐 아니라 LG 구단이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된다. 장 전 단장건은 A변호사의 지적대로 내부징계에 그치는 게 맞다. KIA 구단은 3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조치했으므로 KBO는 추가로 징계하면 된다.

KBO는 또 자체 조사위원회 결정으로 배임수재 혐의의 KBOP B간부에 대해 '직무배제'를 조치했다. B간부는 사상 초유의 검찰 압수수색을 일으킨 장본인인데도 중징계가 아닌 추후 사법기관의 사실관계 확정 전까지 단순히 직무배제를 결정하는 터무니없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이는 '무죄추정 원칙(형사소송 피고인은 사법부 유죄판결 확정되기 전에는 무고한 사람으로 추정)'에 따른 당연한 조치일 수 있다. 하지만 B간부 부인의 통장에 '4억원'이 입금된 것이 지난해 5월 경찰조사로 입증이 됐다. 경찰은 이해되기 어려운 이유로 검찰 불송치처분(무혐의)을 내렸지만 방송 중계권료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것은 '팩트'였다.

필자가 지난주 칼럼에서 B간부의 사퇴를 압박하라고 한 것은 무죄추정 원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KBO내 부정을 발본색원하라는 차원에서다. 사법기관의 사실관계 확정 전(최종심 판결)까지 2~3년이 걸리는데 배임수재 혐의가 확실한 B간부를 그때까지 직위는 유지한 채 업무에서만 배제한다면 많은 야구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다. '공정과 상식'을 추구하는 KBO내 2030 직원들이 과연 이를 순순히 받아 들일지도 의문이다.

KIA 구단은 장 전 단장의 비위가 드러난 즉시 해임을 결정했다. 장 전 단장 역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해임 무효 소송후 최종 판결까지 직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 전 단장은 명백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꼼짝없이 해임을 받아 들였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지난달 27일 초대 최동원상 수상자인 전 롯데 투수 서준원이 아동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게 드러나자 긴급 이사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수상 자격'을 박탈했다. 만약 서준원이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워 법적 소송을 일으키면 수상 자격은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준원이 소송을 벌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와 마찬가지로 KBO 징계위원회가 B간부에 대해 해임 조치를 결정하면 B는 꼼짝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허 총재와 KBO 간부들이 B간부를 싸고 도는 것은 동료를 살리기 위한 엄청난 내부의 '조직적 저항'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어물쩡한 인사 조치에 대해 최근 KBO C간부는 '무죄추정 원칙을 운운'했지만 이는 철저한 '동료 감싸기에 근거할 따름이며 허 총재가 이를 묵인하는 것은 '무책임한 동조'에 가깝다. KIA 구단이나 최동원 기념사업회보다 못한 KBO의 조치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빠른 시일내 B간부에 대한 중징계를 재심해야 한다. B간부를 스스로 물러나게 할 비위가 하나 더 있는데 KBO가 계속 그를 감쌀 경우 어느 누구의 제보든 내부 고발이든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많다. 이는 필자뿐 아니라 KBO 임직원과 일부 야구인들이 이미 10개월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KBO가 왜 이처럼 온정주의에 흐르고 또 무능하기까지 할까? 연내 임기가 끝나는 허구연 총재의 연임이 걸려 있는 만큼 가능한 조용히 넘어가자는 게 첫번째 이유로 보인다. 시끄러운 문제는 검찰에 넘겨 시일을 끌자는 '미봉책'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1982년 출범이후 심하게 표현해서 '복마전(伏魔殿)'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KBO의 케케묵은 부정 행위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출범 이후 KBO를 줄곧 지켜본 필자가 웬만큼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고 또 지난주 칼럼이 나간 이후 잇따르는 주변의 제보로는, B간부의 배임수재 혐의는 '가지'에 불과하며 '깊은 뿌리'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기회에 '몸통'을 밝히지 않으면 KBO는 영원히 '부정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야구계에 떠도는 '공공연한 비밀'들이 이번 만큼은 당당히 사실로 밝혀져야 한다는 게 현재의 여론이다.

대표적인 부정행위를 하나만 들자면 WBC,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올스타전때 KBO는 총 수익금에서 행사관련 경비를 제외하고 구단이나 선수에게 이익금을 배분한다. 그러나, 행사 경비가 제대로 집행됐는지 업무 감사를 통해 밝혀진 적은 한번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영수증만 있으면 경비 지출이 인정된다고 한다. 필자가 알기로도 행사와 관련없는 술값 등이 청구돼 버젓이 지급된 사례는 적지 않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해 이번 기회에 KBO가 '읍참마속(泣斬馬謖, 대의를 위해서라면 측근이라도 가차없이 제거)'의 뼈저린 내부 혁신을 단행하지 않으면 영원히 야구인이나 팬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허구연 총재의 어이없는 결정과 조치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KBO 이사진(10개 구단 사장)의 직무유기, 직무태만 역시 도마위에 올려져 냉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본지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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