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있을까…목성 얼음위성 탐사 8년 대장정 시작된다
두꺼운 얼음층 아래 액체 상태 바다 집중 탐사
“거대한 가스행성 목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목성을 도는 얼음위성들은 또 어떻게 생겨났을까? 얼음위성들에 있을 것같은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태양계 최대 위성 가니메데는 어떻게 자기장을 갖게 됐을까? 목성계에는 생명체가 있었거나, 지금도 있을까?”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의 얼음위성을 탐사할 우주선 ‘주스’(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가 5가지의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8년간의 우주 대장정에 나선다.
유럽우주국(ESA)은 유럽 최초의 목성 탐사선 주스를 13일 오전 9시15분(한국시각 오후 9시15분) 대서양 연안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어 발사할 예정이다.
주스는 발사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대략 몇시간의 발사 시간대를 정하는 일반적인 로켓 발사와 달리, 정해진 시각에 정확히 맞춰 발사해야 한다. 여러 차례에 걸쳐 금성과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하는 비행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 경로로 갈 수 있는 발사 시각이 지극히 한정돼 있다. 기상 악화 등으로 발사일이 18일 이후로 늦춰지게 되면 비행 경로도 약간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주스 발사는 올해 계획된 우주 탐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다. 2012년 유럽우주국의 ‘우주 비전 2015~2025’의 하나로 선정된 이 대형 탐사 사업엔 총 16억유로(2조3천억원)가 투입됐다.
주스는 2031년 지구에서 평균 7억7800만km 떨어져 있는 목성 궤도에 도착해 2035년까지 목성 4대 위성 중 화산위성 이오를 제외한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3개 얼음위성을 탐사한다. 총 35회에 걸쳐 200~1000km 상공까지 근접 비행할 예정이다.
3개 얼음 위성들은 표면 아래 깊숙한 곳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 생명체 탐사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천체들이다. 예컨대 달보다 약간 작은 유로파의 경우 15~25㎞ 두께의 얼음 표면층 아래에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2016년 유로파 표면에서 최대 200㎞까지 물기둥이 치솟는 것을 관측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물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가니메데에 충돌하며 임무 종료
주스의 최대 임무는 수성보다 큰 태양계 최대 위성 가니메데를 탐사하는 것이다.
임무 초기에 5번 저공비행 후 임무의 마지막 단계인 2034년 말부터 9개월 동안 가니메데를 궤도비행하면서 세밀하게 관찰한다. 우주선이 다른 행성의 위성을 도는 건 처음이다.
가니메데는 태양계에서 자체 자기장을 생성하는 유일한 위성이다. 과학자들은 두께가 100km가 넘는 얼음층 아래에 액체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스는 가니메데 주위를 총 12번 비행하며 자기장과 숨겨진 바다, 복잡한 핵, 목성과의 중력 및 자기장 상호작용 등 다양한 주제의 관측 활동을 수행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2035년 9월 가니메데 표면으로 충돌해 최후를 맞는다. 현재로선 지하의 액체 바다 중 일부가 가니메데의 표면에 드러나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행성 오염을 막기 위한 별도의 살균 조처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다른 증거가 발견되면 이 계획을 재고할 것이라고 유럽우주국은 밝혔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비교적 서로 근접해 있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는 라플라스 공명 원리에 따라 맨 안쪽에 있는 이오가 목성을 4번 공전할 때 유로파는 2번, 가니메데는 1번 공전한다. 라플라스 공명이란 두 개 이상의 천체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궤도 주기가 일정한 비율로 맞아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총 무게 6톤(연료 제외 2.4톤)인 주스에는 중력장 측정 장치, 레이저 고도계, 광학 카메라, 자력계, 분광기 등 10개의 탐사 장비가 탑재돼 있다. 목성에 도착해서는 태양전지판(2.5m×3.5m) 10개를 통해 동력을 공급받는다. 목성에서 받는 태양 에너지는 지구에서 받는 에너지의 3%에 불과하다.
목성, 크기도 자기장도 태양계 최대
1610년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해 일명 ‘갈릴레이위성’으로도 불리는 4대 위성은 목성과의 거리 기준으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순서로 목성을 공전한다. 천동설이 지배했던 당시 갈릴레이의 발견은 태양계에서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도는 위성을 발견한 일대 사건으로, 근대 천문학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 크기가 가장 클 뿐 아니라 거느리고 있는 위성도 가장 많다. 올해 초 12개의 위성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위성 수가 92개로 늘어 토성의 83개를 제쳤다.
목성의 자기장도 태양계 최대 규모다. 크기가 태양 지름의 15배다. 맨눈으로 목성의 자기장을 볼 수 있다면 밤하늘의 보름달보다 크게 보일 것이라고 유럽우주국은 설명한다. 이 거대한 자기장은 지구의 자기장이 방사성 입자를 묶어두는 반알렌벨트(Van Allen Belts)를 형성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목성 주변에 방사선 벨트를 형성한다. 이에 따라 목성에서 약 3년 반 노출되는 방사선은 지구 정지궤도에 있는 통신 위성이 20년 동안 노출되는 양과 같다.
나사, 2024년 유로파 탐사선 발사
나사도 2024년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할 ‘유로파 클리퍼’를 보낼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6년을 날아 주스보다 1년 앞선 2030년 유로파에 도착한다. 나사가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겨냥해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유로파 클리퍼가 처음이다.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관련해 그만큼 유로파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뜻한다.
2016년부터 목성을 돌고 있는 나사의 주노 탐사선도 2021년부터 위성 탐사에 나섰다. 2025년 9월까지 활동 기한을 2년 연장해 4대 위성 중 가니메데, 유로파, 이오 3개 위성을 여러 차례 근접비행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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