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속에 필로폰 10만명분과 권총이… 어느 美 영주권자의 귀국

국내 첫 마약·총기 동시 밀수 적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활동하다가 필로폰과 총기를 함께 국내로 들여온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내에 총기까지 밀수한 마약 사범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10일 장모(49)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총포·도검·화약류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자료=서울중앙지검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작년 7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필로폰 3.2kg을 9개의 비닐팩에 진공포장해 소파용 테이블 안에 숨기고, 45구경 권총과 실탄 50발, 가스발사식 모의권총 6정을 공구함 등에 넣어 이삿짐으로 위장한 뒤 선박화물을 통해 부산항으로 발송한 혐의를 받는다. 필로폰과 권총 등은 약 2개월 뒤인 9월 9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장씨가 들여온 필로폰 3.2kg은 1회분이 0.03g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만6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가로 8억원에 달한다. 또한 그가 밀수해온 총기는 ‘Rock Island Armory M1911-A1″이라는 살상용 권총으로 유효사거리 100m에 달한다고 한다. 장씨는 지난달 25일 필로폰 약 0.1을 쿠킹호일에 올려놓고 라이터로 가열한 후 발생하는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으로 투약하기도 했다.

자료=서울중앙지검

검찰은 작년 12월쯤 장씨의 범죄 첩보를 처음 입수하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이후 장씨가 다른 마약사범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뒤 곧바로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해 장씨의 정보를 파악하고, 지난달 28일 장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장씨는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서 군 복무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LA 등지에서 마약판매상으로 생활을 하다가 미국 생활을 끝내고 국내로 귀국하면서 필로폰과 권총을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장씨에게서 압수한 가스발사식 모의권총 6정에 대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맡겼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착수 단계부터 DEA와 공조해 장씨를 체포·구속함으로써 마약의 국내 대량 유통을 차단하고 총기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세관 등 유관기관들과 ‘마약수사 실무협의체’를 운영하며 빈틈없는 수사활동을 전개하고 마약류의 국내 유입 및 유통 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