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전화번호, 아는 사람인가 싶어 받는 사람들 노렸다
금융기관·검찰 사칭 26억 챙긴 일당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구속
중국에서는 전화상담실을 운영하고, 국내에서는 변작중계기를 이용해 중국에서 걸려 온 전화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수법으로 전화금융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22명을 검거해 12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2016년 7월부터 2022년 9월까지 금융기관과 검찰이라고 속이고 229명으로부터 26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칭다오, 산둥성 등 중국 6개 지역에 거점을 두고 기업형으로 전화금융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무실 운영·데이터베이스 관리·수익 분배 등을 맡은 총책, 검찰·금융기관·자녀를 사칭해 전화하는 전화상담실 상담원, 대포통장을 확보·관리하는 모집책, 한국에서 현금을 받는 수거책, 피해금을 중국으로 보내는 환전·송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경찰은 이 가운데 A씨 등 전화상담실 조직원 3명을 특정해 여권을 무효로 했으며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적발되자 인터폴과 공조해 국내로 송환, 구속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통상 ‘070’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않지만, ‘010’ 번호는 모르는 번호라고 하더라도 혹시나 아는 사람일 수 있어 일단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B씨 등 국내 중계소 관리책 19명은 타인 명의 유심과 휴대전화기를 갖춰 모텔이나 원룸에 고정형으로 장비를 설치하거나 차량에 이동형 장비를 두고 중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인 ‘010’으로 바꾸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이 가운데 9명을 구속하고 휴대전화 450대와 불법 개통된 유심 2000여개, 중계기 3대를 압수했다.
경찰은 관련 범죄 조직이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아르바이트, 서버 관리인 모집, 스마트폰 관리업무, 공유기 설치·관리, 전파 품질 관리 등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범행 가담자를 물색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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