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남욱 "세월호 특별수사팀 유병언 추적, 김만배가 도왔다"

봉지욱 2023. 4.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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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남욱이 말하는 김만배식 ‘청탁 스타일’...“굽히지 않고 당당히 요구, 검찰 인맥이 있기 때문”

② 2014년 유병언 검거 지휘 최재경 인천지검장...남욱 “최재경 요청으로 김만배가 유병언 찾기 도와”

③ 김만배 지분 15%→49% 급등에 ‘50억 클럽’ 뒷배 의혹...정영학·남욱 “김만배 두려워 따를 수밖에”

뉴스타파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 증거기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보도하고 있다. 대장동 업자들의 범죄 행위를 추적하는 것 못지않게 그들을 감싼 세력을 밝히는 작업도 중요하다. 박영수, 최재경, 김수남, 권순일 등 고위 법조인이 연루된 이른바 ‘50억 클럽’의 실체 규명이 그렇다.   

취재진이 확보한 40,330쪽 증거기록에는 김만배, 남욱, 정영학, 유동규 등의 피의자 신문조서가 포함돼 있다. 신문조서는 검사가 묻고 피의자가 답한 수사 기록이다. 그런데 신문조서를 보면, 김만배와 유동규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특히 김만배는 ‘50억 클럽’은 자신이 내야 할 공통 비용을 덜 내기 위해 지어낸 ‘허풍’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남욱과 정영학은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 남욱은 ‘50억 클럽’ 6명(박영수, 최재경, 곽상도, 김수남, 권순일, 홍선근)이 대장동 사업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사에게 말했다. 남욱의 진술은 주로 김만배에게 전해 듣거나, 자신의 체험에 근거한 내용이었다.  

▲사진은 김만배(좌)와 최재경(우)

2014년 유병언 검거 지휘한 최재경...남욱 “최재경 요청으로 김만배가 유병언 추적 도와” 

남욱의 검찰 진술을 종합하면, 최재경 전 민정수석(전 대검 중수부장, 전 인천지검장)과 대장동 업자들을 이어준 건 ‘대장동 로비스트’ 김만배다. 남욱은 “김만배가 늘 김수남, 최재경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말에 힘을 실었다”고 말한다.

2021년 10월 22일 검찰 조사에서 남욱은 최재경과 김만배의 인연을 설명했다. 이날 남욱은 김만배의 로비 스타일과 그의 힘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진술했다.

"뭔가 부탁을 할 때도 굽히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조인들과 김만배의 인맥이 있기 때문에 말에도 힘이 있었고, 김만배가 가진 힘도 거기서 나오는 겁니다."(2021.10.22. 남욱 조서)

남욱은 “실제로 (김만배와) 김수남 총장, 최재경 검사장과 엄청 가까운 사이고요”라며 김만배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최재경과 김만배의 인연을 언급했다. 

"최재경 검사장이인천지검장 시절에 유병언 사건을 담당했는데, 그때 유병언 개인 회계를 본 사람이 중앙회계법인의 회계사(정영학의 친구, 현재 화천대유 회계를 맡고 있음)였습니다. 최재경 검사장이 김만배에게 그 회계사를 통해 유병언을 찾아주면, 회계법인은 처벌을 안 하겠다고 했고, 김만배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 도와주기도 하였습니다." (2021.10.22. 남욱 조서) 

최재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다. 인천지검은 4월 20일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유병언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5회, 2021.10.22.) 남욱이 김만배의 로비 스타일과 김만배와 최재경 전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남욱 “김만배가 유병언 검거 컨트롤 타워 역할...수사 도운 회계법인 실제로 처벌 피해"

이날 남욱의 진술을 정리하면, 최재경이 김만배에게 유병언 검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김만배가 유병언의 개인 회계사(정영학의 친구)를 통해 비자금을 추적해 유병언이 숨을 만한 곳을 검찰에 제공했단 뜻으로 풀이된다. ‘자금 추적’은 특수부의 전형적인 수사 기법이다. 

실제 검찰은 경찰보다 먼저 유병언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유병언의 금고지기가 소유한 전남 순천의 별장이었다. 하지만 검거는 실패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별장 안 밀실에 숨어 있던 유병언을 놓쳤다. 얼마 뒤 그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검찰은 유병언 수사 정보를 수시로 흘렸고, 언론은 그대로 받아썼다. 검거 작전을 생중계하는 매체도 있었다. 이렇게 한 달 넘도록 ‘유병언’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언론을 도배하며 사건의 본질을 덮었다.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당시 국민적 관심사를 ‘유병언 검거’로 돌리라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가 적혀 있다.

남욱의 검찰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청와대발 여론 공작을 김만배가 도운 셈이다.  

또 남욱은 조사에서 “실제로 중앙회계법인 덕분에 그 사건과 관련된 회계법인 4개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라면서 “그래서 저나 정영학은 김만배에 대한 부담이 되게 컸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도 김만배에 대해서 검찰에서 진술하는 것이 솔직히 겁이 납니다. 거기다가 지금은 돈까지 가지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유병언이 주검으로 발견된 후 최재경 지검장은 옷을 벗었지만, 김만배가 말한 대로 ‘검거에 협조하면 회계 법인은 처벌하지 않겠단 최재경의 약속은 지켰다’는 게 남욱의 설명이다. 

2014년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중앙회계법인은 유병언의 세모그룹 계열사 두 곳에 대한 회계 감사를 맡은 걸로 나온다. 그때 검찰은 일부 회계사들이 회삿돈을 횡령해 유병언 일가의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보고, 관련 회계 법인 4곳을 강제 수사했다. 이후 검찰이 4개 회계 법인을 재판에 넘겼는지는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중앙회계법인 관계자는 뉴스타파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4년에 검찰이 기소를 했는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유병언 일가의 회계를 맡은 중앙회계법인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화천대유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업체였다. 김만배는 2019년부터 473억 원가량의 회삿돈을 대여금 형식으로 빼돌렸지만, 중앙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 의견은 계속 ‘적정’이었다.   

▲2014년 5월 25일, 검찰은 유병언에 대한 현상수배금을 기존 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 올렸다. 역대 최고액이다. 당국은 현상수배금은 '비과세'라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했다. 

정영학·남욱 “김만배가 검찰 인맥 업고 지분 강탈”...고위 법조인들이 뒷배 역할

남욱은 대장동 사업에서 자기 지분이 45%→35%→25% 순으로 준 것도, 김만배의 ‘고위법조인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대장동 X파일] 정영학의 폭로 "김만배가 검찰 인맥으로 사업권 강탈"> 에서 정영학도 김만배의 ‘검찰 인맥’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11회, 2021.11.17.) 남욱은 김만배가 대장동 업자들에게 김수남, 최재경을 거론하며 이야기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남욱 “김만배가 수남이 형이나 재경이 형이 너는 빠져야 한다고 한다”면서 압박

2021년 11월 17일 신문조서(11회)를 보면, 남욱은 “2014.12경 김만배가 저를 불러서 수남이 형이나 재경이 형이 그러는데 너가 끼면 대장동 사업은 절대 안 된다고 하니, 너(남욱)는 빠져야 된다. 니가 만든 법인은 쓸 수 없다. 내(김만배)가 총대를 메고 내 이름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김만배의 압박이 통했는지 남욱은 자신이 세운 서판교자산관리를 열흘 만에 폐업했고, 이후 김만배가 화천대유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만배의 대장동 사업 지분은 15%→49%가 됐다. 

남욱은 당시 수원지검 수사를 받던 때여서 김만배가 고위법조인을 통해 자신을 해코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분이 줄어도 저항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만배 힘’의 원천은 ‘50억 클럽’으로 상징되는 두터운 법조인 인맥이란 얘기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가장 많이 언급한 두 사람이 박영수 전 특검과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다. 김만배는 ‘50억 클럽’ 6명에게 50억 원씩, 총 300억 원을 줘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하지만 유동규나 정영학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유동규는 “그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안 하면 큰일 난다”며 거들기까지 한다. 적어도 대장동 업자들은 ‘50억 클럽’의 실체를 굳게 믿었던 것이다.  

최재경 반론 “나는 대장동과 관계 없다”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유병언 수사를 김만배가 도와준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최 전 수석은 “질문 내용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답했다. 또 ‘2014년 12월경 김만배가 남욱에게 사업에서 빠지라고 말했다’는 남욱의 진술에 대해서도 “저는 대장동 사업에 관해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누구를 빠져라 마라 한다는 것이 비상식적인 얘기”라고 반박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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