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처간 노력으로 유효성 평가중”...국빈방문 앞두고 미 ‘동맹 도청’ 의혹 대응 도마에

김유진 기자 2023. 4. 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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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국방부 건물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미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한국 정부 내부 논의를 도청한 의혹과 관련 동맹국과 협의했다면서 유출된 기밀 문건의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약 3주 남겨놓은 시점에서 미국의 동맹국 도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련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 국방부는 이날 한국 대통령실 고위 인사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 관한 입장을 묻는 경향신문 질의에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미국 국가안보 및 동맹·파트너에 촬영된 문건이 미칠 영향에 초점을 두고 부처 간 대응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민감하고 고도의 기밀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촬영된 문서의 타당성(validity)을 계속 검토 및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정부 관리들이 주말 사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의회 내 관련 상임위원회에 문건 유출에 대해 보고했다고도 밝혔다. 국방부는 또 “국가 방어와 국가안보가 최우선순위”라며 법무부에 문건 유출에 대한 수사를 요청해 형사수사가 개시됐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기밀 문건이 게임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유출된 데 이어 이 문건에 한국, 이스라엘 등 동맹국을 도청한 정황까지 담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밀 문건에는 3월초 당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과 관련 논의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고, 정보 출처가 ‘신호 정보 보고’(시긴트)로 명시돼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 내 논의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이달 말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미국의 동맹국 도청 의혹이 불거진 것은 한·미 관계 신뢰 문제로까지 번질 만한 폭발력 있는 사안이다. 한·미 양국이 수시로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는 상황에서 공식 루트가 아닌 한국 외교·안보사령탑에 대한 감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국 내부 논의를 엿듣으려 한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국이 신호 정보를 가로챈 장소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여부에 따라 주권 침해 논란까지 확대될 수 있다. 미국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미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의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사찰 실태 폭로 당시처럼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동맹과 협의해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밀 문건 유출로 민감한 정보가 노출된 동맹국들은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 뉴질랜드·캐나다 등 영어권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의 한 국가 관리는 CNN에 “미국의 유효성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자체적으로 평가 작업 중”이라면서 “유출된 문건에 우리가 수집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국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직원들의 사법개혁 반대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는 기밀 문건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유출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이 같은 정보를 한국의 경우와 같은 신호정보로 파악했다고 명시돼 있다.

프랑스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에서 프랑스 병력이 활동하고 있다는 문건 내용에 대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며 반박했다. 프랑스에 관한 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프랑스, 미국, 영국, 라트비아 출신 특수부대원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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