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넘어선 감동…"우리는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

장병호 2023. 4. 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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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차기 음악감독인 세계적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함께 마련한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예정된 연주가 모두 끝난 뒤 다시 무대에 등장한 츠베덴 감독은 "앞으로도 서울시향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매년 이곳에서 이런 공연을 하겠다"고 제안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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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7일 '아주 특별한 콘서트'
'음악계 우영우' 공민배 군 바이올린 협연
츠베덴 감독과 함께 감동적인 무대 선사
"매년 이곳에서 같은 공연하겠다" 제안도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차기 음악감독인 세계적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과 함께 마련한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서울시향이 두 번째로 연주한 곡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19)군은 흔들림 없는 연주로 무대를 이끌었다.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왼쪽)이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의 지휘 아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서울시향)
여느 클래식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공민배 군이 함께 한 이날 무대는 공연 제목만큼 특별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연주자가 음악으로 모두 하나가 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공민배 군은 다섯 살 때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았다. 지나치게 예민해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기 힘들었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후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세상과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은 작곡가가 ‘빠르고 매우 열정적으로’ 연주하도록 지시한 곡. 공민배 군의 활은 쉼 없이 움직였고, 서울시향 또한 공민배 군과 안정적으로 호흡을 주고 받으며 연주를 이어갔다. 연주가 끝나자 츠베덴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공민배 군을 안고 격려했다. 그 자체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은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깊이 공감한 츠베덴 감독이 무보수로 참여하며 성사됐다. 올해 초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위해 내한한 츠베덴 감독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이후 “음악은 영혼의 음식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영혼의 풍요가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연 의미에 맞게 티켓 가격도 전석 1만 원으로 책정하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2800여 석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왼쪽)군과의 협연 이후 공민배 군을 포옹하고 있다. (사진=서울시향)
기부 콘서트답게 공연 프로그램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공민배 군과 함께 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외에도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라벨의 ‘볼레로’ 등을 선보였다. 데이비드 이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진행을 맡아 각 연주곡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올해 초 츠베덴 감독과 첫 정기공연에서 보여줬던 서울시향의 탄탄한 연주는 이날 공연에서도 어김 없이 빛났다. 악장마다 다른 음악적인 색깔을 자연스럽게 펼쳐보인 ‘로마의 소나무’, 반복되는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은 ‘볼레로’ 등은 앞으로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이 보여줄 무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공연장이 클래식 전용홀이 아닌 만큼 음향적인 측면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객석 또한 다른 공연장보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클래식 마니아라면 불편한 자리였겠지만, “우리는 모두를 위한 오케스트라”라는 츠베덴 감독의 말처럼 음악을 즐기는데 형식이나 장소는 오히려 중요하지 않음을 생각하게 했다.

예정된 연주가 모두 끝난 뒤 다시 무대에 등장한 츠베덴 감독은 “앞으로도 서울시향은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음악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매년 이곳에서 이런 공연을 하겠다”고 제안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진 앙코르 곡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흥겨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공연 제목은 ‘아주 특별한 콘서트’였지만, 음악은 특별한 사람만 향유하는 것이 아니며 모두에게 같은 감동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지난 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아주 특별한 콘서트’. (사진=서울시향)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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