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성폭행 정황… “나가면 죽인다” 협박 증언도

정재훤 기자 2023. 4.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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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한 뒤 CCTV 사각지대서 성폭행’ 정황증거
지인들 “피해자를 봤는데 꽂힌 것 같다고 말했다” 증언
수감 중인 가해자 “나가면 피해자 찾아가 죽일 것” 증언도

부산 서면에서 일면식도 없던 한 여성을 쫓아가 발로 수차례 폭행한 이른바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성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폭행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남성은 ‘출소 이후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지난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사고 당시 피해자 박모씨는 지인들과 모임을 가진 뒤 새벽 5시쯤 귀가하고 있었다. 가해자 이모씨가 길에서부터 박씨를 몰래 따라왔고, 오피스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피해자의 뒤로 몰래 접근해 돌려차기로 머리를 강하게 가격했다. 이씨는 박씨가 의식을 잃어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수차례 머리를 발로 찼다.

이씨는 쓰러진 박씨를 데리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엘리베이터 옆 통로로 이동했다. 그는 약 7분 뒤 혼자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쓰러져 있던 피해자는 잠시 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입주민에게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 A씨는 “입구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뒤에 여자분이 누워(쓰러져) 계셨다. 머리 주변에 피가 엄청 많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사흘 뒤 부산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다. 그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박씨가 시비를 거는 것 같아 순간 화가 나 저지른 우발적 폭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씨는 7분 동안의 행적에 대해 “뺨을 치는 등 나름의 구호 활동을 했다”며 피해자에 대해선 “남자인 줄 알았으며 발로 찰 때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박씨 측은 CCTV에 찍히지 않은 7분간 이씨가 성폭행을 저질렀으리라 의심하고 있다. 박씨가 쓰러졌을 당시 병원에 찾아온 그의 언니는 ‘병원에서 동생의 바지를 벗겼을 때 속옷이 없었다. 오른쪽 종아리 한쪽에만 걸쳐져 있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박씨를 살핀 의료진도 그의 항문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성폭행이나 외력에 의한 부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건 당시 기억을 잃은 데다, 경찰과 피해자 모두 사건 발생 후 한참 지난 뒤에야 성폭행 가능성을 의심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가해자 이씨는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의혹에 대해 “절대 아니다. 여자친구도 있는데 그 상태에서 성행위가 일어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씨의 지인들은 그가 “피해자를 봤는데 꽂힌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당시 이씨와 함께 있던 그의 전 여자친구도 이씨가 ‘서면 오피스텔 사건’ ‘서면 강간’ ‘서면 강간 살인’ 등을 검색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앞서 이씨는 성매매, 협박, 상해, 폭행 등으로 전과 18범의 범죄자였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해당 사건도 출소 후 3개월 만에 발생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나, 1심 법원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형량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이씨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증언도 함께 전해졌다. 그와 함께 구치소에 있었다는 제보자 엄모씨는 “이씨는 ‘언제든지 틈만 보이면 탈옥할 거다’ ‘나가면 피해자를 찾아갈 거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때 맞은 것 배로 때려 주겠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주민등록번호, 이름, 집 주소를 알고 있더라”라며 “피해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 B씨에게도 협박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네 주민번호 알고 있다. 네 부모님 이름 이거’ ‘넌 내 손바닥 안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피해자 박씨는 “12년 뒤에는 아무 데도 못 갈 수도 있겠다, 과연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다. 그는 “죄의 형량에 대해서는 숫자가 항상 나오지 않나.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후유증이나 상해는 사실 숫자로 매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표창원 범죄심리전문가는 “이 사건은 명백한 목적과 이유를 가진 사건으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쫓아가서 가혹한 폭력을 저질렀다”며 “성폭행 목적의 ‘스토킹 살인 미수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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