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보행자 사망했는데 징역 3년…이게 맞는 건가요?

이가영 기자 2023. 4. 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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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서 승합차 운전자가 교통섬 안쪽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보행자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56%의 만취 상태였다. /보배드림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던 남성 A(69)씨는 교차로에서 교통섬 안쪽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여성 B(62)씨를 들이받았습니다. B씨는 사고로 숨졌습니다. A씨는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56%의 만취 상태였는데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나 벌금형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김여경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유족의 지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유족은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어머니, 아내를 잃었다”며 “이 가해자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법원은 왜 이런 판결을 내린 걸까요?

◇음주운전 처벌 규정부터 설명해주세요.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항입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2회 이상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불응 시 가중처벌하는 일명 ‘윤창호법’을 단순위헌 판결했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올해 1월 해당 조문을 개정했습니다.

◇어떻게 바뀌었나요?

음주운전으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 내에다시 음주운전 혹은 음주측정 거부를 한 경우에는 가중 처벌하도록 개정했습니다. 음주운전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2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2% 미만인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윤창호법’보다 더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경고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개정 도로교통법이 적용될 수 있나요?

이번 사건은 2022년 6월 16일에 발생했습니다. 형사사건은 행위시법을 따라야 합니다. 2022년 6월 16일에 시행되고 있던 도로교통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2023년 1월 3일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또, 헌법재판소가 2022년 5월 26일 음주운전 2회 가중처벌 규정을 위헌판결했기 때문에 과거 음주 전력을 고려해 가정 처벌해야 한다는 규정도 효력이 정지된 때였습니다.

가해자는 당시 시행 중인 도로교통법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범위에서 처벌받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형량이 너무 적은 것 같이 느껴지는데요.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1에 따라 피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3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량입니다. 사람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건입니다. 만취 상태로 운전했고, 과거 전력도 있는 사건인데요. 선고형량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대체 왜 이런 판결이 내려진 건가요?

양형기준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둔 것입니다. 당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했을 경우 기본 양형기준은 징역 2~5년이었습니다. 유족 지인의 글에 따르면 가해자가 3000만원의 공탁금을 제출했다고 하는데요. 여러 감형 사유 등을 고려해 판사는 이 범위 내에서 형량을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선 양형기준 자체가 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열고 교통범죄 중 음주무면허운전, 어린이 교통사고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로이 설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면 첫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상태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둘째,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인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역시 최대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키고 유기‧도주한 경우에는 최대 21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전 지구상에서 어떠한 가치와 이념보다 높은 것이 바로 생명입니다. 양형기준, 물론 중요합니다. 헌법재판소 위헌결정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만든 법입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양형위원회 위원들이 가지는 민주적 정당성이 국회보다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위험운전치사의 경우 국회가 만든 법엔 가장 낮은 형량이 징역 3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선고한 형이 바로 징역 3년입니다. 과연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해될 수 있을까요? 검찰은 반드시 항소해야 합니다. 검찰은 피해자 편이어야 합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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