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해뱃길’ 본격화…실패한 한강르네상스를 왜 다시?

박다해 2023. 4. 10. 09: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발 신화'에 대한 집착일까,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겠다는 욕심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주요 사업인 '서해뱃길' 사업이 본격화한다.

이번 선착장 조성 사업은 2026년 상반기 개항이 목표인 서울항 조성의 첫 단계로, 한강∼경인아라뱃길 운항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서울항과 서해뱃길을 한강의 '물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사업이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선착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개발 신화’에 대한 집착일까,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겠다는 욕심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주요 사업인 ‘서해뱃길’ 사업이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9일 이달 안에 여의도 한강공원 신규 선착장 설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024년 1월 선박 시범운항을 거쳐 같은 해 2월 본격 운항에 돌입하는 게 목표다. 지난 3월 민간 공모를 통해 사업자 선정도 마쳤다.

이번 선착장 조성 사업은 2026년 상반기 개항이 목표인 서울항 조성의 첫 단계로, 한강∼경인아라뱃길 운항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다. 신규 선착장 위치는 마포대교 남단과 서울항 예정지의 중간 지점으로 1천톤급 이하 선박 3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시는 여의도 선착장이 완공되면 민간 선사와 협력해 한강∼경인아라뱃길 정기 운항 노선(여의도 선착장∼아라김포여객터미널∼아라인천여객터미널)을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 사업이 “해외 관광객 3천만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의도 선착장이 조성되면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1천톤급 여객선을 이용해 수상과 육상을 오가며 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오 시장의 그림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2026년 상반기에 서울항이 조성되면 서해에서 출발한 5천톤급 관광 크루즈가 한강에 정박할 수 있고, 한강∼군산항∼목포항∼제주항 크루즈 관광도 가능하게 될 거라고 오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물론 서울시 내부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오 시장이 과거에 추진하다 실패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경제성과 안전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조건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욕심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서울항과 서해뱃길을 한강의 ‘물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사업이라고 했다. 접안시설과 도로가 인접한 영국 템스강, 프랑스 센강과 달리 서울항은 도로와 거리가 먼데다, 한강은 홍수와 가뭄 때 250배까지 수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운하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재임 2년차 시장으로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해까지는 박원순 전 시장이 주력했던 사업에 대해 감사, 예산 삭감, 조례안 폐지 등을 통해 ‘흔적 지우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는’ 치적 사업에 욕심을 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자신의 대표 상품이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박 전 시장 임기 때 좌초된 만큼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으려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오 시장으로선, 이명박 시장에게 대통령의 길을 열어준 청계천 사업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패러다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이 만든 세빛둥둥섬은 여전히 수익도 안 나고, 문화적 가치를 지닌 랜드마크가 되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서해뱃길을 또 추진할 만한, 과거를 넘어설 논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시장이 제시한 일정표대로 사업을 띄우는 데까지는 성공하더라도 서해뱃길이 ‘윤석열 이후’를 노리는 오세훈의 대표적 치적으로 남을지도 불투명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 민자 사업인데다 남은 시간도 길지 않아 진행되다가 좌초될 가능성도 높다. 관료들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현실적으로 ‘브레이크’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세월호 참사,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등을 겪은 이후에도 유람선 단체 관광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여의도 선착장 및 서울항 위치. 서울시 제공
한강∼경인아라뱃길 노선도. 서울시 제공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