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 300억을 썼는데… 롯데-한화 부진한 출발, 외국인 감독 묘수 있나

▲ 래리 서튼 롯데 감독(왼쪽)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앞두고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롯데와 한화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었다. 하위권에 처져 전력 보강이 급했던 두 팀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팀들이기도 했다. “롯데와 한화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FA 시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었고 실제 그랬다.

두 팀 모두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는 FA 선수 한도를 모두 채웠다. 시장이 열리자마자 포수 유강남(4년 총액 80억 원)과 유격수 노진혁(4년 총액 50억 원)을 영입한 롯데는 시장 막판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3+1년 총액 40억 원)까지 영입하며 팬들의 기대치를 키웠다. 오랜 기간 팀의 약점이었던 포수와 유격수 자리를 즉시 전력감으로 채운 것에 이어 마운드 선수층까지 강화했다. “이제 5강에 못 가면 실패”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한화도 2022년과 달리 적극적으로 돈을 썼다. 부족했던 중심타자를 채우기 위해 채은성과 6년 총액 90억 원에 계약한 것은 물론, 베테랑 우완인 이태양과 내야수 오선진을 영입했고 내부 FA인 장시환도 잡았다. 한화가 시장이 뿌린 돈도 총액 기준 128억3000만 원에 이르렀다. 두 팀이 합계 3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것이다.

이런 두 팀의 적극적인 전력 보강은 프로야구 순위표를 바꿀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롯데는 센터라인 보강에 기동력 보강까지 외치며 봄을 긍정적인 시선 속에서 보냈다. 한화는 영입 선수들은 물론 문동주 김서현이 대표하는 어린 재능들의 성장까지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개막 2주차까지는 예상이 빗나갔다. 두 팀 모두 하위권에 처졌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해에 비해 뭔가가 확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기는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첫 6경기에서 2승4패로 8위다. 한화는 첫 7경기에서 1승6패로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시즌 성적을 지금 단계에서 예상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루징 팀’이었던 두 팀은 4월부터 좋은 성적으로 기세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었고, 개막 첫 2~3주가 중요했다. 승리로 패배 의식을 지움은 물론 스스로 동력을 키워 나가야 했는데 이게 쉽지 않은 양상이다.

롯데는 6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4.99(9위)를 기록했고, 팀 타율(.236)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선발투수들이 경쾌한 스타트를 끊지는 못한 데다 타선에서는 이대호의 공백을 쉽게 메우기 어려운 양상이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그 공백을 메워간다는 복안이 있었으나 정작 시즌에 들어가자 도루 시도와 성공 모두가 줄어드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팀 컬러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는 대다수 경기를 대등하게 하고도 뒷심 부족으로 졌다. 1승6패의 성적이지만, 어쩌면 6승1패가 될 수도 있었던 경기 내용이었으나 세밀한 플레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불펜 난조에 결정적인 순간 나오는 실책까지 지난해의 실패 과정이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용병술도 일찌감치 도마 위에 올랐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진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좋을 게 없다. 빨리 분위기를 바꾸고 승률 5할 이상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롯데는 이번 주 LG와 홈에서 주중 3연전을 치른 뒤 주말에는 삼성과 원정 3연전에 임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롯데보다 앞서 있는 LG와 3연전이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한화는 KIA, kt와 원정 6연전을 치른다. 여기서 반등하지 못하면 ‘4월 5할 승률’이라는 당초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