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중국경제] 마윈 귀국이 남긴 민영기업 상처
사정이야 어쨌든 마윈은 3월 28일 고향인 항저우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알리바바그룹이 조직을 개편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한 그날이다.
이른바 알리바바그룹을 6개로 나누는 내용이 골자다. 각각의 회사별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독립경영을 하게 되면 마윈의 영향력은 사라지는 셈이다.
이미 마이그룹은 지난 1월 7일 대외공고를 통해 주주 구조를 조정하는 내용을 예고한 상태다.
마윈이 소유한 지분도 53.46%에서 6.2%로 줄었고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도 못 하게 돼 있다. 올해 59세인 마윈으로서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셈이다. 2015년 공상총국에서 첫 시비를 건 지 5년 만의 일이다.
문제의 발단은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 1월 23일 중국 공상총국은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 중 37%만 정품이라는 발표를 한다.
알리바바는 이를 즉각 부인한다. 당시만 해도 마윈이 잘나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에는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해다. 하이난항공 왕젠 회장이 돌연 사망하고 기업인 줄소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마윈도 2018년 9월 10일 퇴진을 발표한다. 하지만 그는 미리 해외에 신탁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재산권을 확보해 놓는다. 알리바바그룹에 만든 동업자제도도 그룹 통제를 위한 포석이다.
당국의 눈에는 마윈의 행위가 눈에 거슬렸을 법도 하다. 2019년 마윈이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직까지 사퇴하자 인민일보는 “마윈 시대는 갔고 역사 속의 마윈만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쓰기도 한다.
마윈은 정부를 향해서도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10월 24일 열린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서다. 정부의 엄격한 관리와 규제 일변도 정책을 비판하자 상장 계획은 취소된다. 이래서 나온 게 이번에 발표한 구조조정안이다.
중국에는 황금주란 게 있다. 공식 용어로는 특수관리 주식이다. 중국 정부 지분 1%만 투입해도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2013년에 만들어진다.
중국 인터넷 감독기관 산하의 한 펀드가 알리바바그룹 산하 디지털 매체 자회사 지분 1%를 매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의 이사회는 물론 징둥이나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 발휘할 수 있다. 이미 2016년부터 관련 부처에서 텐센트 등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중국 증시 상장 등록제도 이와 무관치 않다. 3월 말 징둥그룹은 징동공업과 산업개발을 독립적으로 상장한다고 발표한 게 알리바바 구조조정과 맥을 같이한다.
그룹을 쪼개기로 상장해서 자본을 더 유치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현재 A주 상장사 100여 개 사가 분할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당국의 정책 의도는 신흥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룹 내 핵심 산업을 분리해 상장한다는 것이다. 이미 21개 상장사가 자회사 분할상장에 성공한 상태다.
하지만 20개 중 13개는 국유기업이다. 중앙기업 3개와 지방 공기업 10개다. 점유율로 따지면 62%다. 신흥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에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중국 증시 상황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A주 시총은 16조2100억 위안 줄었지만 IPO는 늘었다. A주를 투자한 주주들은 손해 본 셈이다.
지난해 신규 상장사는 423개다. 국유기업 대형 IPO도 늘었다. 국유기업으로 들어간 자금은 5700억 위안이다. 2021년의 융자액 5400억보다 많은 금액이다.
지난해는 10년 사이 신주발행 전성기다. 어던 주식은 30% 오른 것도 있고 20% 하락한 신주도 있다. A주시장 일 평균 거래 금액은 9252억 위안이다. 1년 전보다 12.6%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거래금액이 조 단위를 기록한 날은 79일뿐이다. 비율로 계산하면 32.64%다. 2021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상하이지수의 주가수익률은 12.28배다. 상하이선전300지수는 이게 11.27배다.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27% 수준이다. 창업판 지수 주가수익률도 38.96배로 10년 사이 최저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거래소 중국결제원 중국증권금융 증권업협회 등 당국은 지난 2월 17일 주식 등록제 시행을 발표한다. 발표 당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개혁 방향은 옳다. 하지만 등록제로 간다고 해서 중국 증시의 폐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할상장 등으로 인한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인 게 증시 퇴출 시스템 부족이다. A주는 1990년에 만들어진 중국인 전용주 제도다. 처음 증시에 상장한 종목 8개로 시작한 게 5000개 기업으로 늘었다. 반면 그동안 퇴출 기업을 보면 미미하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퇴출한 기업을 보면 각각 10개 16개 20개 46개다.
미국은 1975년에서 2012년까지 38년간 3대 증시(NYSE,NASDAQ,AMEX)에 IPO한 기업 수가 1만5922개다. 이중 퇴출 기업은 1만7303개에 달한다. 물론 인수된 기업과 자진 퇴출 기업을 포함한 수치다. 3년간 미국 IPO 기업은 연간 419개인데 반해 퇴출 기업이 455개로 더 많다는 이야기다.
중국 A주 시장에도 상시 퇴출제도가 있다. 하지만 퇴출에 인색한 이유는 몰라서 그런건지 염치없어서 그런건지 파악할 방법도 없다. 아무튼 중국이 증시 개방 속도를 높이는 만큼 시장의 제도적 리스크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안 사”…장관 질타에 35% 할인판매 - 매일경제
- [단독] 반도체 불황 뚫은 주성 미국·대만에 장비 공급 - 매일경제
- “좀 많은데” vs “주주니까”…교촌 회장님 배당금 얼마길래 - 매일경제
- “더 이상 못 참겠다”...한국인도 이제는 등 돌린다는데 - 매일경제
- 매경이 전하는 세상의 지식 (매-세-지, 4월 10일) - 매일경제
- 1분에 1억3천만원씩 빚 지고 있다…혈세 700조 쓸 판이라니 - 매일경제
- '영업이익률 급락' 네카오 … 300만 개미 속탄다 - 매일경제
- “우크라 탄약 부족 심각…하루에 30발 쏘다 현재는 1~2발” - 매일경제
- 현금 챙겨둔 슈퍼리치 "향후 투자 1순위는 주식" - 매일경제
- ‘157km 쾅!’ 프로 첫 홀드와 맞바꾼 생애 첫 홈런…김서현 “날아가는 공, 바라보게 돼” - MK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