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구에도 노조는 ‘배째라’…회계자료 제출 거부한 52곳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4. 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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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대상 318곳 중 266곳 제출
안 낸 52곳 중 민노총 비율 71%
정부 추가 기간 더 줬지만 끝내 거부
과태료 처분, 현장 조사도 병행키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강경 노동조합을 비롯해 총 52개 노조가 정부의 회계 장부 제출 요구를 끝내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자료 제출 기간을 한 달 이상 더 연장해 시간을 줬지만 이를 끝내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국고 보조금을 받는 노조가 공권력을 대놓고 거부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 당국은 이들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현장 조사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고용노동부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52개 노조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회계자료를 보고하지 않은 노조(노조법 27조 위반)에 부과되는 과태료는 150만원이다. 자료를 비치·보존하지 않은 노조(노조법 14조 위반)에는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같은 과태료 처분이 공권력을 거부한 노조에 대한 처벌로는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조 318곳 가운데 2월 15일까지 1차로 점검 결과를 제출한 곳은 36.7%(120곳)에 불과했으나 시정 기간을 추가로 부여하면서 146개 노조가 점검 결과를 더 제출했다. 하지만 끝까지 자료를 내지 않은 노조는 52개로 집계됐다. 해당 노조를 상급 단체별로 살펴보면 민주노총이 37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한국노총 8곳, 기타(미가맹 등) 7곳으로 집계됐다. 상급 단체별 미제출 비율은 민주노총 59.7%, 한국노총 4.7%, 기타 8.3%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의 12배 이상에 달했다. 조직 형태별 미제출 비율은 산별노조 35.2%, 연맹·총연맹 25.9%, 기업단위 노조 3.0%다.

고용부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동시에 이달 셋째 주부터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서류 비치·보존 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 행정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하는 노조에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 조사 과정에서 폭행·협박 등을 하는 조합원에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점검을 통해 조합원들이 권리를 인식하고, 노조도 법률상의 의무를 다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노조에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노동 탄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과태료 부과에 대해 이의 신청과 과태료 재판 등 전면적인 법률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21일 “과태료 부과는 노조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2월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노조에 대해 재정에 관한 장부의 비치·보존 의무 준수 여부를 자율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또 같은 달 15일까지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 달이 넘은 지난 4일까지 서류 제출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노조는 설립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를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의 보존 기간은 3년이다. 관련 법은 또 노조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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