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 감청' 파문…김성한 등 韓 정부 인사 실명도 거론

박가영 기자 2023. 4.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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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지원 여부와 관련해 지난달 말 사임한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기밀 대화까지 고스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한국과 관련된 문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해 달라는 미국의 압력과 전쟁 국가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정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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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유출 문건 보도 내용…우크라 무기 지원 관련 김성한-이문희 논의 과정 감청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사진=뉴스1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지원 여부와 관련해 지난달 말 사임한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기밀 대화까지 고스란히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동맹국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첩보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미인 만큼 양국 외교 관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위터,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 문건에는 한국 등 동맹국들을 도·감청해온 정황이 담겼다. 특히 한국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내부 대화가 자세히 담겼다.

문건에 기술된 시점은 미국이 지난해 말 한국에 포탄을 수출해달라고 요청한 때다. 당시 이 전 비서관은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뒤 김 전 실장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한다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이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라 정상 간 통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 3월2일까지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을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바꾸면 국민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국빈 방문과 포탄 지원이 일종의 '딜'(거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대신 "미국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빨리 공급하는 것"이라며 155㎜ 포탄 33만발을 폴란드에 우회해서 수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비서관은 폴란드가 최종 사용자로 불리는 것에 동의하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보내는 게 가능할 수 있지만, 폴란드가 어떻게 할 것인지 먼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한국과 관련된 문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해 달라는 미국의 압력과 전쟁 국가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공식적인 정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김 전 실장과 이 전 비서관의 대화 정보 출처는 '신호 정보 보고'(시긴트·signals intelligence report)라고 명시돼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시긴트는 전자 장비로 취득한 정보로, 미 중앙정보국(CIA)이 도·감청한 내용이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에 대해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향을 은밀히 파악해왔음을 시사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NYT에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한국을 더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했다"며 "내용을 떠나 감시가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국민들에겐 나쁜 소식"이라며 "사람들은 '70년간 동맹을 유지했는데 아직도 우리를 감시하는가'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26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유출된 기밀 문건들은 주로 올해 2월에 작성돼 2월 말~3월 초에 SNS를 통해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출된 문건의 전체 범위는 불분명하지만 확인된 것만 1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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