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토막살인' 유족 배상금…장대호 책임 줄고 모텔 사장은 유지된 이유

'한강 토막살인' 피의자 장대호가 2019년 8월21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장씨는 같은 달 8일 자신이 일하는 서울시 구로구 모텔에서 투숙객과 다툼을 벌이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이미 받은 범죄피해자구조금(유족구조금)을 범죄 가해자인 장대호에게서 받을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피해자 A씨의 유족들이 장대호와 장대호가 일했던 모텔 업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업주가 지불할 배상금에서 유족구조금으로 이미 받은 금액을 공제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유족들이 범죄자와 범죄자의 사용자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금 중에서 범죄자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더 많으면 유족들이 받은 구조금은 범죄자 부담분에서 우선 공제해야 유족들이 범죄자의 지급능력 부족으로 손해보지 않고 배상금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장대호는 2019년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을 둔기로 살해한 뒤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인물이다.

유족들은 장대호뿐 아니라 B씨에게도 사용자 책임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소송 중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국가로부터 유족구조금 88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전체 손해배상금(피해자가 살아있었다면 기대되는 장래소득)을 총 6억3000여만 원으로 판단한 뒤 장대호와 모텔 업주 B씨가 공동으로 4억8000여만원, 장대호가 단독으로 1억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유족들이 이미 국가로부터 피해구조금을 받았으니 장대호와 B씨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배상금 4억8000만원에서 피해구조금 8800여만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유족들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장대호와 모텔 업주 B씨가 내는 배상금에서 구조금을 공제한 것 자체는 타당하지만 B의 부담분이 아닌 장씨의 부담분에서 공제해야 한다며 일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장대호와 모텔 업주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 부분에서 유족 구조금을 공제하면 장대호가 변제 능력이 없는 경우 유족의 채권자 지위가 약해진다"며 "유족이 구조금을 받은 건 장대호가 단독으로 부담할 손해배상액 중 일부가 소멸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은 피해자나 상속인이 범죄피해구조금을 받는 경우 이중지급을 피하기 위하기 위해 손해배상 액수에서 이미 지급받은 유족구조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장대호가 배상금을 물 처지가 안 되면 모텔 업주에게서라도 유족이 배상금을 받아야 하는 만큼 모텔 업주의 배상 책임을 경감해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