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는 아이 안전이 우선”…건물 뚫어 통학로 낸 건물주
[KBS 전주] [앵커]
자신의 건물을 뚫어 아이들 통학로를 낸 건물주가 있습니다.
이 길을 점포로 채워 월세를 받았다면 적잖은 돈을 벌었을 텐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습니다.
김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방을 메고 종종걸음을 놓는 아이들.
등굣길에 나선 듯 한데, 무슨 일인지 과일가게로 향합니다.
따라가 봤습니다.
건물 한가운데가 뻥 뚫려 길이 나 있습니다.
[유다영/초등학생 : "이쪽으로 이렇게 와요. (이 길 많이 이용하는 이유가 있어요?) 여기가 빨라서요."]
근처 아파트에서 학교를 일직선으로 잇는 중간에 이 통로가 있습니다.
아이들 등하교 지름길인 셈입니다.
건물 통로를 거치지 않으면 이면도로로 통학해야 하는데 차들이 자주 다녀 위험합니다.
[강호연/초등학생 학부모 : "양쪽 길에는 차가 많이 다녀서 위험해서 이쪽 길을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과일가게를 하는 부부가 11년 전 지은 건물입니다.
원래 주차장이었고, 길처럼 썼던 곳이라 설계할 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합니다.
사람 다니는 길을 막아 불편을 주지 않을까 걱정돼서였습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90㎡ 공간을 비워 아예 길을 내기로 했고, 건물 안에 점포를 더 채워 넣었다면 늘릴 수 있었을 수입도 기꺼이 포기했습니다.
[박주현/과일가게 주인 : "차가 굉장히 과속으로 다녔어요.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 건물을 바로 안 짓고 저희가 이렇게 띄어서 지은 거예요."]
하루에도 수백 명 다니는 길이 성할 리 없습니다.
깨지고 패인 나무 바닥을 고칠 때마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지만 부부는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지키겠다고 말합니다.
[김지연/과일가게 주인 : "이 통로를 지나서 가는 것을 보면 되게 뿌듯하고 마음속으로 그래요. 학교 끝나서 올 때도 좀 더 안전하다 생각하고 마음 놓이는 그런 통로가 되면 좋겠어요."]
떡 자르듯 중간을 갈라 놓은 이상한 건물.
이 틈새는 돈보다 아이들 안전을 귀히 여기는 어느 어른의 넉넉한 마음씨로 채워졌습니다.
["안녕 (안녕하세요!)"]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김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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