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감 묻는 BBC 기자에 바이든 "난 아일랜드인이오"
아일랜드계 혈통 바이든 정체성 집중 조명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꺾고 당선이 확정된 직후의 일이다. 영국 BBC 방송의 어느 기자가 바이든에게 “짧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했다. 바이든은 정제된 답변을 내놓는 대신 대뜸 해당 기자를 쏘아붙였다. “BBC라고요? 나는 아일랜드인입니다!”
BBC는 영국을 대표하는 언론이고 아일랜드는 그런 영국의 식민통치를 오랫동안 받은 나라다.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인 바이든이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적 악연을 들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아들 : 아일랜드계 혈통은 어떻게 바이든의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눈길을 끈다. 마침 바이든은 11∼12일 영국령 북아일랜드, 그리고 12∼14일 아일랜드 방문을 차례로 앞두고 있다. 영국 입장에선 과거 자기네 식민지였던 나라 출신이 세계 최강대국 국가원수가 된 현실이 다소 얄궂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바이든의 조상은 19세기 중반 아일랜드를 덮친 대기근 때 먹고살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간 이민자였다. 이번 아일랜드 방문 기간 바이든은 수도 더블린 외에도 북서부 메이요주(州)와 동북부 라우스주를 찾을 예정이다. 과거에 바이든의 선조들이 살았던 곳이다. 가디언은 바이든이 아일랜드 시민들의 열정적인 환영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어릴 때 심하게 말을 더듬었던 바이든은 예이츠의 시를 암송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그는 공사석을 불문하고 아일랜드 시인들 작품을 인용하길 즐긴다. 예이츠는 물론 셰이머스 히니(1939∼2013)도 바이든이 가장 좋아하는 아일랜드 시인이다. 예이츠와 히니는 둘 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은 종종 “사람들은 내가 아일랜드계라서 아일랜드 시인들 작품만 인용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들이 최고의 시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일랜드 문학 그리고 문화의 위대함에 대한 바이든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0년 출간된 바이든 전기의 저자 에반 오스노스는 “바이든에게 아일랜드 혈통은 삶의 고통부터 희망까지 모든 것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아일랜드인으로서의 삶은 어릴 때부터 생애 전체에 걸쳐 바이든을 위한 위대한 메타포(상징)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바이든과 함께 아일랜드에 갈 예정인 브렌단 보일 민주당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케네디가 아일랜드를 찾은 1963년 이후 60년간 아일랜드만큼 큰 변화를 겪은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오늘날 아일랜드는 가장 부유한 국가이자 미래지향적이고 사회적으로 관대한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있을 바이든 대통령의 아일랜드 방문은 이 나라가 60년이란 비교적 짧은 세월 동안 얼마나 성공했는지 확인하고 축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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