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손오공, 6강 PO 5차전 접수할까?

김종수 2023. 4.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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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4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5위 고양 캐롯과의 6강 플레이오프가 뜨겁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마지막 한경기를 남겨놓고 벼랑끝 승부가 펼쳐지게 됐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만해도 현대모비스의 압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체급이 다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선수층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전력차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캐롯 '양궁농구'의 중심 전성현(32‧188.6cm)까지 달팽이관 이상에 따른 돌발성 난청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설사 어렵사리 복귀한다해도 당장 좋았을 때의 경기력을 회복하기는 쉽지않아 보였다. 실제로 전성현은 3차전까지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4차전까지 치른 지금 양팀은 2승 2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1차전을 잡아내며 4강 진출 확률 94%의 열쇠를 손에 쥘 때까지만 해도 시리즈는 쉽게 마무리될 듯 했다. 하지만 캐롯에는 프로 2년차 듀얼가드 이정현(23‧187cm)이 있었다. 김승기 감독이 진작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점찍어놓고 키우고 있는 선수로 아마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있었던지라 캐롯은 물론 한국농구의 미래중 한명으로 기대받고 있는 유망주다.


이정현은 2차전에서 풀타임에 가까운 38분 36초를 소화하면서 34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하며 캐롯의 승리를 이끌었다. 캐롯의 주공격루트하면 이정현과 함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5‧201cm)밖에 없지만 현대모비스는 알면서도 당했다. 현대모비스가 3차전을 다시 잡아내며 시리즈 향방을 여전히 쥐고가는 듯 보였으나 4차전에서 전성현이 돌아온 캐롯이 다시 승리를 가져갔다.


각자 2승씩을 주고받은 상황에서 마지막 1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지라 이제는 정말 알 수 없어졌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객관적 전력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지는게 더 이상할 정도로 한쪽으로 기우는게 사실이지만 명장 김승기 감독의 지휘 아래 엄청난 투지를 분출시키고 있는 캐롯의 힘은 일반적인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더욱이 온전한 컨디션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성현이 돌아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캐롯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4차전 당시 전성현은 움직임은 다소 둔해진듯 보였으나 슈팅 능력만큼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이정현과 로슨이 투맨게임을 주고받는 가운데 전성현이 외곽에 서있기만해도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도움수비를 쉽게 들어가기 힘들어진다.


거기에 원체 팀내에서 비중있는 선수인지라 전성현이 성공시키는 3점슛은 동료들의 사기를 올라가게 하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다. 활약여부를 떠나 전성현의 존재만으로도 현대모비스는 부담스럽다. 거기에 함지훈, 최진수 등이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분위기 자체는 캐롯쪽으로 꽤 기울어졌다. 장재석 또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모비스의 객관적 전력은 강하다. 게이지 프림(24‧ 205cm)은 리그 최고의 외국인선수중 한명이며 서명진(23‧189.7cm) 또한 올시즌 한단계 스탭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현, 신민석, 이우석, 김태완 등 선수층만 놓고 봤을 때는 캐롯보다 훨씬 위에 있다.

 


무엇보다 모비스에는 ‘사실상 단신 외국인 선수다’는 극찬을 받고있는 아시아쿼터 최고의 성공작중 하나인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3‧178cm)가 버티고 있다. 올시즌 정규리그 51경기에서 평균 13.57득점, 4.78어시스트(전체 4위), 2.94리바운드, 1.43스틸(전체 3위)로 활약하며 야전사령관 겸 주득점원으로서 현대모비스 앞선을 이끄는 중이다.


서명진이 살아나게 된데에는 아바리엔토스가 1번을 맡게되면서 리딩부담을 덜어주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이유도 크다. 대부분 필리핀 가드가 그렇듯 아바리엔토스 역시 공격형 1번쪽에 가깝다. 신명나게 코트를 종횡무진 휘젓고다니며 슛과 돌파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신장은 작지만 워낙 부지런하고 빠른지라 조금의 틈만 있어도 공격적으로 들이대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는다. 눈앞에 림이 보이면 속공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딥쓰리를 던지는가하면 원체 밸런스가 좋아 자세가 무너진 듯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능력이 좋다. 난사기질을 지적받고 있지만 반대로 클러치 상황에서 강하다는 호평도 많다.


그렇다고 아바리엔토스가 득점에만 특화된 단신 공격수는 아니다. 동료들 쪽에 찬스가 보이면 여지없이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준다. 시야가 넓어 정신없이 달리는 사이에서도 꽤나 안정적으로 패싱게임을 펼친다. 아이훼이크나 훼이크 스탭 등으로 금방이라도 공격을 할 듯 수비를 속이고 내외곽 빈곳 이곳저곳에 넣어주는 노룩패스가 일품이다. 속공, 지공을 가리지않고 판단이 섰다싶으면 망설이지않고 빠르게 패스가 들어가는 과감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단신 외국인선수급 활약으로 인해 아바리엔토스는 ‘춘삼이’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우고 있는데 그중 ‘울산 손오공’도 있다. 빠른 발놀림으로 내외곽을 오가는 모습은 흡사 근두운술을 통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듯 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엄청난 활동량은 분신술을 쓰는 듯 하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더없이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짧으면서도 긴’ 여의봉을 휘두르는 손오공처럼 상대 수비진을 때려부술듯 폭격한다. 다만 외국인선수 프림과 더불어 기복이 다소 있는편인지라 경기가 안풀릴 때는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못하는 모습도 노출한다. 조동현 감독이 삼장법사의 역할을 해주며 프림과 아바리엔토스를 조절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과연 정규시즌 내내 현대모비스를 이끌어왔던 아바리엔토스는 캐롯과의 일진일퇴 공방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맹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부처님 손바닥을 연상케하는 심리전과 전략전술로 불리했던 전세를 팽팽하게 끌어당기고있는 캐롯 김승기 감독에게 울산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며 달려들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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