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구조대·청년상공회의소 떴다…치열한 '청년정책' 공모전 현장[르포]
30대 1 경쟁률 뚫은 23개팀 1차 선정 …"정책 적극 반영"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예산은요, 책임소재는요, 1인 가구가 음식을 해먹을까요, 1~2분 안에 정책 필요성을 설득시켜야 해요."
8일 '2023년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 1차 선정 팀 대상 특강 및 멘토링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청년재단과 국무조정실이 청년이 직접 제안한 정책을 투표로 선정하고,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청년 참여의 장'으로서 공모전을 개최한 것의 연장선으로 마련됐다.
◇예산·책임·1인가구 검토까지…300대 1 경쟁률 뚫고 23개팀 '정책대전'
공모전에는 주거, 일자리, 교육, 금융·복지·문화 등 분양에서 총 712건(전체 참여 청년 2000명)이 접수됐고, 그중 23개팀이 1차로 선정됐다. △주거(5팀) △일자리(3팀) △교육(2팀) △복지(6팀) △금융(2팀) △문화(4팀) △참여(1팀) 등이다. 멘토로는 분양의 성격에 맞게 고용노동부·국토부·교육부·복지부·문체부·금융위 과·팀장이 배정됐다.
3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팀답게, 멘토와의 대화시간에는 자신의 팀이 제안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높은 열기를 보였다.
선정된 팀 중에는 '신혼부부 구조대', '청년상공회의소', '밥먹구해유' 등 팀명만으로도 정책 제안 내용을 미리 유추할 수 있는 팀도 있었다. 신혼부부 구조대의 경우 용적률 혜택을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상향분 일부를 기부채납으로 확보 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자는 제안을, 청년상공회의소는 중소·중견기업 취업 후 근무하면 LH행복주택 입주 혜택 지원 등 내용을 제안했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60여종의 카드 연계 지원사업을 단일 카드로 일원화', '네이버를 활용한 중소기업에 관한 정보 제공' 등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멘토들은 청년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성 입장에서 보는 한편, 이미 유사한 제도가 있는 경우 해당 제도와 연계해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조언했다. 멘티들은 제안 내용의 법적 한계를 묻는 한편, 예산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도 각 멘토에게 "참신성을 없애선 안 된다. 청년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더 잘 정책화될 수 있도록, 안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되도록 하는 데 머리를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친구들과 공모전에 참여한 대학생 장민정씨(21·여)는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뉴스를 보고 문제 의식을 가진 뒤, 이들의 낮은 진학률·소득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지방 빈집에 대한 무상 임대뿐만 아니라 지방대학교와의 연계 등의 정책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가 속한 팀이 제안한 정책은 '자립준비청년과 지방 공동체의 상생'이다.
◇CEO 경영철학까지 사전준비…"청년정책 효능감 높이겠다"
실제 정책이 실현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사기업과의 협력에도, 해당 사기업 CEO의 '경영철학'까지 미리 확인해 실현 가능성을 미리 진단해 온 팀도 눈에 띄었다.
또 '공공기관을 활용한 24시간 공공 무인연습실'을 제안한 팀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숙제를 받았고,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을 농가와 협력해 싸게 매입 후 1인 가구 청년 대상 지원하자는 제안을 한 팀의 경우 요리를 하기 위한 노동·추가 비용 등이 들어가는 것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
이날 특강 및 멘토링은 오는 22일 2차 심사(PT)를 앞두고 각 분야 관련 중앙부처 담당자로부터 정책 관련 조언을 듣고, 추후 검토·보완을 거쳐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최종 선정된 팀의 제안은, 각 부처에서 실제로 정책에 반영된다.
이에 앞서선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가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 주거, 건강, 교육·훈련, 노동, 경제 등 분야에서 나타난 청년의 인식에 대해 소개했고, '시를 잊은 그대에게' 등 베스트셀러 저자인 정재찬 한양대학교 교수가 '시로 듣는 인생론 : 업의 본질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강의를, 아나운서 출신 스피치 전문 강사인 배윤희 이루다스피치 원장은 '자신감과 전달력 향상을 위한 파워스피치'를 주제로 PT 발표에 도움을 건넸다.
각 부처에서는 1차 심사에서 채택되지 않은 제안에 대해서도 정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제안이 정책으로 채택되는 경우 소관 부처에서 포상을 실시하는 등 청년들의 정책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담당자 멘토링을 통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키울 것"이라며 "우수한 제안을 각 부처에서 적극 반영하고, 청년들의 정책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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