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선거, 우익 ‘일본유신회’ 세력 확장···기시다 “정신 바짝 차리겠다”
지난 9일 치러진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텃밭인 오사카를 넘어 나라현에서도 선전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집권 자민당은 여야가 정면 대결한 홋카이도 지사 선거에서 승리하고 41개 도부현 광역 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오사카 등에서 일본유신회에 크게 패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10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계속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응하겠다”며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이날 NHK·요미우리·아사히신문 등 현지매체들은 일본유신회 산하 지역 정당인 오사카유신회의 선전에 주목했다. 오사카에서 오사카유신회가 내세운 후보가 지사, 시장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자민당이 지원한 무소속 신인 후보들은 모두 오사카유신회 후보에게 패했다.
일본유신회·오사카유신회는 오사카부 의회 선거, 시의회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 의석을 획득했다. 전체 확보 의석은 기존 의석 대비 2배 이상인 124석에 달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 외에서도 첫 지사를 탄생시켰다. 자민당 출신 후보가 복수로 출마해 보수당 분열로 주목 받았던 나라현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유신회 소속 야마시타 마코토 전 이코마시 시장이 선출됐다.
사실상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에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보수가 분열하면서 자민당의 지지층이 깨지고 있다”면서 “일본유신회는 당세를 텃밭인 오사카를 넘어 확대시키며 ‘전국 정당’으로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이같은 평을 의식한 듯 기시다 총리는 이날 관저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자민당에 대한 격려와 기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받아들이면서 계속 정신을 바짝 차리며 대응하겠다”며 “중요한 것은 여당이 하나가 되어 23일 지방선거 후반전과 보궐선거에 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유신회는 패전 이후 군대 보유 금지 등을 명문화한 평화헌법을 문제 삼으며 자민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일본의 우경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통일지방선거는 9·23일 두 차례로 나눠 실시되는데 9일 선거에서는 오사카, 히로시마, 삿포로 등 6개 정령시(政令市·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중 정부가 지정한 대도시)의 시장과 41개 도부현(2260명), 17개 정령시(1005명)의 지방의원을 함께 뽑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야 정면 대결을 펼쳤던 홋카이도 지사 선거에서는 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이 추천한 스즈키 나오미치 현직 지사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41개 도부현 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갔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3번 연속 승리를 거머쥐었다.
2260명 중 이번 입후보자 565명(25%)은 단독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또 41개 도부현 의원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가 300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오는 23일 후반부 선거에서는 기초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각각 뽑는다. 같은 날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5개 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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