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몸통 시신 사건’ 유족구조금…대법 “범죄자 채무서 공제”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해자 가족이 이미 받은 범죄피해자구조금(유족구조금)을 가해자인 장대호에게서 받을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피해자 A 씨의 유족들이 장 씨와 장 씨가 일했던 모텔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내는 배상금에서 구조금을 공제한 것 자체는 타당하지만, 모텔 업주의 부담분이 아닌 장 씨의 부담분에서 이를 공제해야 한다며 일부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유족구조금은 피고 장대호가 단독 부담하는 부분에서만 공제해야 하고, 모텔 업주가 내야 할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장대호와 모텔 주인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손해배상 부분에서 유족 구조금을 공제하면, 장대호가 변제 능력이 없는 경우 유족의 채권자 지위가 약해진다”며 “유족이 구조금을 받은 건 장대호가 단독으로 부담할 손해배상액 중 일부가 소멸하는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은 피해자 또는 상속인이 범죄피해구조금을 받는 경우 이중지급을 피하기 위하기 위해 손해배상 액수에서 이미 지급받은 유족구조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대호가 배상금을 물 처지가 안 되면 모텔 업주에게서라도 유족이 배상금을 받아야 하니, 함부로 모텔 업주의 배상 책임을 경감해줘선 안 된다는 겁니다.

앞서 장 씨는 2019년 자신이 일하던 모텔에서 투숙객이 시비를 걸고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 등)로 이듬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습니다.

A 씨의 유족들은 장 씨와 그의 고용주인 모텔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1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유족구조금으로 880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2심은 손해배상금을 총 6억3천여만 원으로 판단한 뒤 장 씨와 모텔 업주가 공동으로 4억8천여만 원, 장씨 단독으로 1억5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유족이 이미 구조금을 받았으니 장 씨와 모텔 업주의 배상금 4억8천만 원에서 이를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유족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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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