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원이 살기에는 ‘너무 열악’…‘국민 노후 책임’ 기금운용본부의 고민
공단 측 "운용역 정원 채우기 쉽지 않아…다양한 복지 지원책 강구"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900조원이 넘는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서울 이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부가 있는 전북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사는 직원들 사이에선 정주 여건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운용본부 안팎에서는 "'서울 이전설'이 나온 배경으로 꼽히는 기금운용역 등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전주·완주 혁신도시의 부족한 생활 인프라부터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뉴스1이 기금운용본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전주살이'의 문제점으로 '인프라 부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40대 직원 A씨는 "전주·완주 혁신도시는 교통도 불편하고 병원·학교도 드물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20대 직원 B씨도 "혁신도시가 도심과 떨어져 있어 각종 행정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외지인이 혼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다 보니 지역과 동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산업군이 모여 있으면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될 텐데 이마저도 부족하다"고 했다.
전주·완주 혁신도시는 2016년 12월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중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원에 985만2000㎡ 규모로 조성됐다. 농촌진흥청 등 총 12개 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이전을 마쳤다.
전주 생활에 만족해하는 직원들도 부실한 교통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50대 직원 C씨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자기 계발을 하며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다"면서도 "대중교통 노선과 배차 간격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전주·완주 혁신도시에서 전주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이나 전주역까지 가는 시내버스가 적은 데다 자동차로 움직여도 15~30분가량 걸린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본부뿐 아니라 다른 혁신도시 기관 직원들은 서울 수서역과 경기도 동탄역까지 최단 시간에 가는 SRT 고속열차가 다니는 익산역을 주로 이용한다고 본부 측은 전했다.
"전주·완주 혁신도시에서 여가를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 직원 D씨는 "혁신도시에서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수도권에 사는) 친구와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혼자 살다 보니 문화나 여가 생활을 하는 데 여러모로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주·완주 혁신도시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2만9300여 명이 산다. 2014년 1만5327명에서 8년 만에 2배 가까이 인구가 늘었다. 가족 동반·1인 가구 이주율도 75.6%로 나타나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부산(81.2%)과 제주(78.9%)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매년 전주·완주 혁신도시에 정착 인구는 늘고 있지만, 정작 기금운용본부 핵심 인력인 운용역은 정원 채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은 현재 319명이다. 정원 380명의 84% 수준이다.
공단 측은 지난해 11월 "전략·주식·채권·부동산·인프라·사모투자 등 기금운용본부 각 분야에 걸쳐 자산운용 전문가 38명을 선발할 계획"이라며 "운용 전문가 채용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내년부터는 결원만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넉 달 만인 지난달 22일 또다시 자산운용 전문가 31명을 뽑는 '대규모 채용'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경력직을 뽑다 보니 자격 요건이 엄격한 측면도 있고, 지난해에 기대만큼 정원이 채워지지 않았다"며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마지막 대규모 채용'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는 부족한 정주 여건에 대한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온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 지원을 하고 있다"며 "숙소 지원뿐만 아니라 최대 6000만원 무이자 대출 등 비연고 자금 지원, 직장 어린이집과 통근 버스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북 지역에선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설'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 이전설은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내려오면서 수익률이 떨어져 서울로 다시 옮겨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금운용역이 대거 이탈하면서 소문을 키웠다.
지난달 초 한 언론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보도해 논란이 일었지만, 청와대와 국민연금공단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하며 일단락됐다.
공단 측은 당시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오면서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수익률은 2019년 11.3%, 2020년 9.7%, 2021년 10.8%를 기록했다. 이는 본부가 서울에 있을 때인 2014~2016년 3년간 거둔 수익률(4.9%)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역대 최저인 약 80조원(수익률 –8.22%)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금융시장 수익률 악화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세계적 현상이었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46개사는 지난해 최소 –9.05%에서 최대 -33.45%의 손실을 봤다. 모두 기금운용본부 수익률보다 낮은 성적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1월 운용수익률을 2.74%로 끌어올렸다. 기금 규모는 916조9310억원이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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