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과 핵심광물 자원전쟁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2023. 4. 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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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고래기름은 기계 가동을 위한 윤활제와 불을 밝히는 조명 연료로 널리 사용됐다.

OPEC에 맞서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결성됐듯,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에 대항하기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광물안보파트너쉽(MSP),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이 각종 보호무역 정책을 펴고 역내무역을 강화하는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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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고래기름은 기계 가동을 위한 윤활제와 불을 밝히는 조명 연료로 널리 사용됐다. 석탄에서 추출되던 가스와는 달리 냄새와 연기도 없고 높은 광량을 내었으며 파이프라인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나오는 향유(香油)는 최고급 기름으로 인기가 대단했다. 고래잡이는 돈이 됐고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고래는 점점 그 수가 줄어가고 고래기름의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

인류는 고래를 대체할 물질을 찾았다. 바로 석유였다. 석유는 비윤리적인 고래잡이로부터 해양 생태계를 지켜낸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존재였다. 에드워드 드레이크가 원유를 처음 생산한 이후 석유는 고래기름을 완벽히 대체했다. 석유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석유는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 됐다.

지난 100여 년간 자원전쟁의 주인공은 석유였다. 산유국들은 OPEC이라는 석유수출국 공동체를 설립해 공급 주도권을 장악하며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미국의 중동진출이나 유럽의 국제에너지기구(IEA) 설립은 석유 주도권 확보를 위한 OPEC과의 치열한 전쟁의 결과물이었다. 석유는 명실상부하게 경제·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물질이 됐지만 동시에 급격히 증가하는 사용량으로 인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부작용 또한 가져왔다.

기술의 발전은 석유를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체할 연료를 찾았다. 우리가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기는 '청정에너지'라는 새로운 연료자원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담론 또한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가져오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얻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내연기관 차량의 자리를 전기차가 빠르게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에는 수많은 광물로 만든 금속들이 사용된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5배나 많은 광물이 쓰인다. 그것도 아주 비싸고 희소한 금속들이 말이다. 각국은 새로운 에너지산업에 필수적이며 공급 위험성이 큰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희토류와 같은 광물을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광종이 많아 복잡하고 특정 국가에 자원과 생산이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석유의 40% 가량을 OPEC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비해, 전 세계 핵심광물의 70% 가량을 단일 국가인 중국이 생산하고 있다. OPEC에 맞서 국제에너지기구 IEA가 결성됐듯,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에 대항하기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광물안보파트너쉽(MSP),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이 각종 보호무역 정책을 펴고 역내무역을 강화하는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자원전쟁의 주인공은 광물이 될 것이다. 석유가 모두의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을 무렵 1·2차 석유파동이 발생해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듯, 중국도 핵심광물의 공급망 위기를 이용해 에너지 패권을 주도할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래기름에서 석유를 거쳐 광물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 자원전쟁시대에 핵심광물의 공급망 확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의 월등한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밀하고 정확한 핵심광물의 탐사와 친환경적인 채굴, 회수·재활용하는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2030년에는 대한민국 KOREA가 핵심광물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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