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안 부럽다... '언터처블' 곽빈, '이런 3선발 또 없습니다'

광주=안호근 기자 2023. 4.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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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광주=안호근 기자]
두산 곽빈이 9일 KIA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광주=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3선발이지만 우리에겐 1선발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좋은 투수다."

국가대표 투수 곽빈(24)이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의 믿음을 결과로 증명했다. 사령탑에게 소중한 1승을 선사했다.

곽빈은 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불펜이 한 점 차 리드를 잘 지켜내 시즌 첫 승 감격도 누렸다.

2018년 입단해 부상으로 2시즌을 통으로 날려야 했던 두산의 '아픈손가락' 곽빈은 2021년 가능성을 나타내더니 지난해 27경기에서 8승 9패 평균자책점(ERA) 3.78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성장했다. 특히 8월 이후 10경기에서 5승(3패) ERA 2.98로 잘 던지며 한층 발전된 기량을 뽐냈고 그 결과 태극마크를 달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했다.

그 기세를 시즌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NC 다이노스전에 첫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하며 호투했다. 타선 득점 지원을 못 받아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투구였다.

이날도 활약을 이어갔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4일 쉬고 던지는데 100구 내외로 던지게 할 것 같다"며 "초반 구위와 투구수를 봐야할 것 같다. 무리를 시키진 않을 것 같다. 주말이고 마지막 경기니. 3선발이지만 우리에겐 1선발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좋은 투수"라고 신뢰를 나타냈다.

곽빈이 KIA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1회초 양석환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리드를 안고 등판한 곽빈은 첫 타자 박찬호를 특유의 폭포수 같은 낙차의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창진에게 볼넷,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최형우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2회와 3회 삼진 3개를 더하며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고 4회엔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고도 흔들리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 초반엔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내던 그는 4회부터는 최고 시속 151㎞ 빠른공을 주무기로 바꾸며 KIA 타자들을 공략했다.

5회엔 아쉬움이 남았다. 변우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호령에게 2루타를 맞았고 주효상까지 볼넷으로 내냈다. 다시 김규성을 삼진으로 잡은 뒤엔 또 박찬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2사 만루 위기. 타격감이 좋은 이창진에게 3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으나 허경민의 실책으로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으나 승리 투수 요건이 날아갔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잡고 5회를 마친 곽빈은 이미 투구수가 95구에 달했음에도 6회 등판을 준비했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5회 밸런스도 괜찮고 볼스피드도 잘 나와서 제가 던진다 했었다"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오케이 사인을 냈고 곽빈은 6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다행스럽게도 5회말 공격에서 강승호의 2타점 적시타로 재역전에 성공한 뒤였다.

첫 타자 최형우를 안타로 내보냈고 폭투까지 기록했으나 행운도 따랐다. 2루를 지나 3루까지 파고들던 최형우가 아웃된 것. 이후에도 볼넷을 내줬고 투구수가 103구에 달해 결국 박치국에게 공을 넘겼다.

박치국을 시작으로 최지강-정철원-홍건희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1점 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결국 그렇게 시즌 첫 승리가 완성됐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곽빈이 아주 좋은 투구로 5이닝을 잘 이끌었다. 뒤에 나올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더는 모습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고교시절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두산 곽빈(왼쪽부터)과 키움 안우진. /사진=OSEN
무사 만루 위기를 거치는 등 어렵게 따낸 승리였다. 그럼에도 곽빈은 "승리하면 좋은데 팀이 이 이기는 게 제일 첫 번째였다. 믿는 게 먼저다. 내 승리를 날려도 팀만 이긴다면 뭐 괜찮다"면서도 "첫 승이 정말 힘들더라. 많이 지치고 야수 형들도 응원해주고 좋은 말 해줘서 힘이 났다. 템포도 조금 길고 했는데 끝가지 포기 안 하고 해준 야수형들이 가장 고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고교시절 라이벌이자 친한 친구인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성적이다. 지난해 투수 2관왕이었던 안우진은 올 시즌 2경기 13이닝 동안 탈삼진 24개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솔로 홈런 하나를 맞은 게 실점의 전부다. 평균자책점(ERA)은 0.69. 그러나 곽빈 또한 만만치 않다. 2경기 12⅓이닝 동안 삼진 17개를 잡아냈고 자책점은 하나도 없다. ERA 0.

안우진과 비교에 고개를 흔들며 겸허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시즌이 얼마 안 됐다. 일단 부상 없이 끝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볼넷도 줬지만 작년과 달리 카운트를 빨리빨리 잡아서 투구수 관리도 되고 좋다"고 말했다.

올 시즌 친정팀에 돌아온 포수 양의지가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타자가 못 치는 공은 4개든 5개든 칠 때까지 계속 던지라고 해주신다. 타자를 쉽게 쉽게 잡을 수 있게 해준다"며 "다 의지 선배 덕분이다. 내 의견은 내지 않는다. 내가 던지기 싫어도 사인내면 그게 맞는 것이구나 하고 던진다. 대표팀때 사인에 처음 고개를 젓고 던졌는데 안타를 맞아 그 뒤론 안 던진다. 의지 선배 의견 그대로 믿는다"고 무한한 신뢰를 나타냈다.

자신의 말처럼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박종훈(SSG 랜더스·6이닝), 배제성(KT 위즈·9이닝), 송명기(12이닝), 에릭 페디(13이닝·이상 NC 다이노스), 나균안(롯데 자이언츠·13⅔이닝)과 함께 ERA 0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중 곽빈보다 많은 이닝 투구를 한 건 나균안과 페디 뿐이고 더 많은 삼진을 잡아낸 투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 딜런 파일이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인 상태에서도 이토록 강력한 3선발을 갖춰 이승엽 감독은 계산이 서는 야구를 펼칠 수 있다.

곽빈의 호투를 돕고 있는 포수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광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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