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화곡동 빌라라더니… "부천으로 모실게요"
[편집자주]국토교통부가 불법 부동산 광고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201건이 적발됐다. 머니S가 대형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광고를 추적하자 국토부도 미처 밝혀내지 못한 문제들까지 발견됐다. 미끼 매물은 2000년대 중·후반에도 문제가 돼 관련 법 제정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인터넷 사용 증가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자율 규제의 허점이 드러나고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불법을 활개치게 한다는 지적이다.
◆기사 게재 순서
(1) "싸고 좋은 집은 없습니다 손님" 전세사기 된 '미끼 매물'
(2) [르포] 서울 화곡동 빌라라더니… "부천으로 모실게요"
(3) "네 탓이오" 책임 떠넘기는 정부-공인중개사-플랫폼
인터넷 검색창에 '빌라 분양'이나 '신축 분양'을 검색하면 시세 대비 값싼 매물을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수십 개의 사이트가 노출된다. 이들 사이트에 접속하면 '무사고 인증', '허위매물 없는 안심업체 1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매매 계약을 체결한 인증 사진도 첨부해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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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이트.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35평(방3개·욕실2개) 매물이 분양가 2억3000만원, 실입주금 4000만원, 융자금 1억9000만원이라고 소개됐다. 광고를 클릭하면 필요한 대출금이 확인되는 업체만 20여곳이 넘었다.
공통적으로 분양가의 90%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심지어 1금융권 최저금리·최대한도 진행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60~80%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도 최대 80%가 허용된다. 어떻게 이런 대출이 가능한 것일까.
'전국빌라협회', '신축빌라협회' 인증 업체라고 광고하는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이들 단체는 정식 등록이나 인가를 받은 곳이 아닌 임의 단체로 드러났다.
'화곡동 럭셔리3룸 32평(방3개·욕실2개) 매매가 2억2500만원·실입주금 5500만원'이라고 소개된 매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업체와 통화해 20분가량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마친 뒤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화곡동의 한 신축빌라 앞에서 자신을 부동산컨설팅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김모씨를 만났다. 김씨는 전화로 문의한 매물 대신 비슷한 조건의 신축빌라 5~6곳을 보여줬다. 인터넷에서 본 매물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자 그는 "해당 매물이 5년 이상 된 구옥이어서 외형은 허름하고 인터넷에 올린 내부 사진만 리모델링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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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물 광고를 게시한 사이트에 접속해 다시 약속을 잡았다. 새로 만난 부동산컨설팅회사 직원도 김씨와 똑같은 신축빌라를 소개했다. 사이트에서 본 매물을 요구했더니 "사실 그건 허위매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곡동은 서울이어서 집값이 비싸지만 부천 고강동만 가도 더 저렴하고 넓은 집을 볼 수 있다"며 같은 방식으로 유도했다. 자금이 많지 않다고 하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설령 대출이 안나오더라도 '별도 작업비'만 내면 알아서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작업비는 신용등급이 낮은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이 많이 나오도록 신용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놀라운 사실도 알아낼 수 있었다. 관련 분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온라인에 게시된 수백 개의 빌라 분양 사이트는 업체 이름만 다를 뿐 관리·운영하는 사장이 1~2명에 불과하다는 것. 수요자들이 상담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락처를 남기면 사이트 운영업체는 분양대행사에 고객 개인정보를 건넨다. 기자가 만난 부동산컨설팅회사 직원들도 사이트 운영업체의 연락을 받고 빌라를 소개하러 온 것이었다.
사이트에 게시된 매물 10건 중 9건은 1~2년 전 계약된 매물이거나 처음부터 아예 존재하지 않던 매물로 추정됐다. 허위매물을 광고하고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을 신축빌라로 유인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허위매물은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광고 매물에 정확한 주소를 기재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서 "소개하는 집들은 다 정상이고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실제 분양 사이트에는 'ㅇㅇ역 3분', '서울시 ㅇㅇ구 ㅇㅇ동'이라고만 써 있고 구체적인 장소는 적혀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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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에 문의한 결과 신축빌라 분양을 미끼로 한 유형의 불법광고는 앞선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김성호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장은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면 조사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지자체에 통보하겠다"면서 "국토부 위탁기관인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에 신고해달라"고 했다.
신축빌라 허위광고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정작 정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실제 국토부를 비롯해 어떤 기관도 온라인 상의 신축빌라 분양 사이트를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방치돼 온 것이다.
남기룡 법무법인 로드맵 대표변호사는 "빌라의 정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분양업자들이 허위광고 매물을 담은 사이트를 마구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선 아무런 규제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한 빌라 사기와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부동산 분양대행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관련 업자들을 법과 제도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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