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CEO도 처벌…중대재해법 첫 판결에 건설업계 '비상'

이하은 2023. 4.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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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대표 징역 선고…그룹 오너까지 수사 확대
중소사업장 사고 늘어…실효성 논란은 지속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에 대해 첫 판결이 내려졌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고 관련, 원청사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에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원청 법인과 안전관리자에는 각각 벌금을 선고했다.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한 번에 수백 곳의 현장을 관리하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최고경영자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중소·중견 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은 법 시행 후 오히려 사망자가 증가하기도 했다.

안전을 강조한 수도권 한 건설현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청 노동자 사고에…원청 대표도 처벌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김동원 판사)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대표에 지난 6일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회사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안전관리자인 현장소장에는 벌금 500만원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대표 A씨는 경영 책임자로서 중대재해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1년 3개월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 중견 건설사인 온유파트너스는 작년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안전대 없이 고정앵글 인양작업을 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는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의 사고가 발생할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월17일 시행된 후 지금까지 14건의 사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룹 오너까지…건설업계 '비상'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이 본격화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맴돈다. 이번 판례를 기반으로 원청 기업 대표에 대한 실형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재 삼표산업, DL이앤씨, SGC이테크건설 등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됐다.

삼표산업은 작년 1월29일 경기 양주시 석산에서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재판을 진행 중이다.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첫 번째 사례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그룹 오너인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돼 파장이 일었다.

한 번에 수백 곳의 현장을 관리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해당 기업의 CEO만 기소돼도 리스크가 큰데, 그룹사 오너까지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어 처벌 대상이나 수위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 원청 CEO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그룹사까지 수사가 확대되는 모습이라 건설사들은 비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처벌 대상 확대…실효성 논란은 계속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법 시행 후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소폭 감소하기는 했지만, 중견·중소 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에서는 사고가 오히려 늘었다. 정부도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안전 인력과 예산 등 충분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사망사고자는 61명(잠정)으로 전년(73명)보다 12명 감소했다. 그런데 총공사금액 50억~800억원 규모 현장에선 같은 기간 사망자가 16명에서 24명으로 50% 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형 건설사는 위험성평가 도입 및 내실화 등을 통해 비교적 효과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중견·중소 건설사 사망 사고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2분기에 불시감독을 집중해 즉각적인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 50억원 미만 공사 현장까지 확대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법 개선을 위한 TF를 발족하고 6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아니더라도 이미 현장에선 사고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처럼 안전 관련 기술이나 인력에 투자할 수 없는 기업은 그저 위축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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