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은 집은 없습니다 손님" 전세사기 된 '미끼 매물'
[편집자주]국토교통부가 불법 부동산 광고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201건이 적발됐다. 머니S가 대형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광고를 추적하자 국토부도 미처 밝혀내지 못한 문제들까지 발견됐다. 미끼 매물은 2000년대 중·후반에도 문제가 돼 관련 법 제정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인터넷 사용 증가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자율 규제의 허점이 드러나고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불법을 활개치게 한다는 지적이다.
◆기사 게재 순서
(1) "싸고 좋은 집은 없습니다 손님" 전세사기 된 '미끼 매물'
(2) [르포] 서울 화곡동 빌라라더니… "부천으로 모실게요"
(3) "네 탓이오" 책임 떠넘기는 정부-공인중개사-플랫폼
#1. '2022년 신축! 전세 가능!'
'전세대출 이자지원' '매매·전세 동시진행' '중개보수 무료'
자칭 분양대행업체라는 A사는 2021년부터 최근까지 이와 유사한 분양광고 1181건 이상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게시했다. 수상한 점은 상호는 수시로 바뀌었고 전화번호는 동일했다. 조사 결과 광고의 70% 가까운 819건이 '불법'으로 드러났다.
#2. 회사원 B씨는 유튜브에서 마음에 드는 부동산 광고를 발견해 전화 문의 후 직접 현장에 방문하기 위해 약속 시간을 정했다. 자동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해당 물건이 방금 전 계약됐다"는 것이었다.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에게 중개업자는 다른 더 좋은 매물을 소개하겠다며 거래를 시도했다.
발품 대신 '손품'을 파는 시대. 인터넷과 플랫폼 서비스의 발달로 부동산 계약마저 전자화가 가능해진 가운데 편리함을 파고든 각종 사기가 주로 사회초년생 등 경제적 약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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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체결됐는데도 플랫폼에서 광고를 삭제하지 않았거나 중개대상물 위치와 가격을 실제와 다르게 광고하는 유형 등도 발견됐다. 구체적으론 ▲부당 표시·광고 163건(81.8%) ▲명시의무 미기재 20건(10.0%) ▲광고주체 위반 18건(9.0%) 등이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불법광고가 지난해 말 대규모 피해를 양산한 전세사기로도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컨설턴트 등 무자격자의 온라인 표시·광고는 더욱 문제가 됐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공인중개사가 불법행위를 적발당하면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무자격자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공조를 하거나 사법당국에 수사의뢰를 해 형사처분을 받도록 해야 한다.
공인중개사법상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불법광고 신고 건당 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신고 확률은 낮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상금 지급에 소요되는 비용의 국고 보조 비율이 50% 이하로 제한돼 예산 문제도 있다.
김성호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장은 "현행 법 체계에 따라 무자격자의 불법광고를 행정처분할 수 있는 근거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 있어 부동산 산업으로 한정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 위반 중개업소와 부동산 정보업체를 상대로 매출액의 일부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의 경우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다. 그만큼 무자격자의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김 단장은 "인터넷 발달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이 없는 점도 문제"라며 "플랫폼 기업은 거래의 장만 제공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직방 등 국내 플랫폼 역시도 자율 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위탁기관인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한국인터넷광고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분양대행사 10곳이 게재한 불법광고는 총 8649건에 달했다. 이 중 4931건(57.0%)에서 불법 정황이 발견됐다. 관련해 29명이 경찰청에 수사 의뢰됐다.
현행법상 분양대행사는 매매가 아닌 임대차계약의 표시·광고를 할 수 없지만 분양·전세를 표기한 광고가 다수 적발됐다. 센터는 분양사업자, 중개보조원, 신원미상 등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이 인터넷을 이용해 신축빌라의 임대차 물건을 광고하는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신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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