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중’ 마크롱, 수조원대 계약 체결… 경제 실익 챙겼다

이귀전 2023. 4.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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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 160대·헬기 50대 판매
중국은 佛 컨테이너선 16척 수주
시진핑, 광저우서 마크롱 재회동
쑨원대 강연선 열렬한 환영 받아
우크라전쟁 관련 성과는 ‘빈 손’
EU 집행위원장은 들러리 전락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중 프랑스 기업에 대규모 계약을 따주며 경제적 실익을 톡톡히 챙긴 반면 국제사회의 관심인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와 관련한 성과는 전혀 내놓지 못해 비판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동행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와 중국의 경제 밀착 행보에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에 기업인 50여명과 동행했고,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헬리콥터 50대 판매를 포함해 핵발전소, 담수화플랜트, 화장품, 금융상품, 돼지고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조원대 계약을 따냈다.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광저우의 쑨얏센(쑨원) 대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광저우=AP연합뉴스
이 중에서 에어버스는 2019년 중국에 350억달러 규모의 여객기 300대를 판매한 바 있다. 이번 에어버스의 추가 계약은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보잉사 대신 유럽 항공기 제조사와 제휴 및 관계 개선을 강화하는 중국의 속내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에어버스는 여객기 최종 조립을 위한 두 번째 생산라인을 세워 현지 생산능력을 2배로 키우는 계획으로 중국 측의 성의에 화답했다.

프랑스는 중국에서 16척의 컨테이너선을 사기로 했다. 중국선박그룹이 프랑스 선사인 CMA-CGM과 2종류의 컨테이너선 16척 건조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16척 수주액은 210억위안(약 4조300억원)을 웃돌아 중국의 조선업 역사상 단일 수주로는 최대 규모다.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 도착 후 밝힌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 되고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는 말이 양국 상호 수주와 경제 유대 관계 구축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이런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대접도 다른 정상과의 만남 때와 많이 달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이어 광둥성 광저우에서 다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비공식 회동을 하고 함께 차를 마셨다. 광저우는 시 주석에게 부친 시중쉰(習仲勳)이 일했던 곳이라는 개인적 의미가 각별한 지역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연을 위해 광저우 쑨원대를 찾았을 때는 학생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고 서로 악수 하려고 잡아끄는 등 인기 연예인 못지않게 환영했다.
지난 6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앞 환영식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은 우크라이나 사태 종식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보이지 못하면서 빛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러시아가 이성을 되찾게 하고, 모두를 협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있어 당신(시 주석)을 의지할 수 있음을 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프랑스와 함께, 우리는 이성과 자제를 호소한다”면서 민간인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돼선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쟁 중재를 위해 통화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을 움직이는데 실패했다”면서 “시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해 보여온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꼬집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EPA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주목받은 유럽인이 또 한 명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동행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베이징 공항에서 일반 승객 출구를 사용해야 했고, 시 주석과의 만찬 등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 중국 방문에 앞서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을 경고하는 연설과 인터뷰 등을 자주 한 데 대한 분풀이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은 특히 중국에 적대적인 미국과 서유럽 국가가 주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맞서 사실상 대리전 역할을 하고, 최근엔 중국의 러시아 밀착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차기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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