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곳은 은행뿐인데… 실적 ‘경고등’ 켜진 지방 금융지주

진상훈 기자 2023. 4.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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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JB금융, 예대마진 축소 압박에 부진 예상
대형 금융지주사 비해 비은행·해외 사업 비중 낮아
국민연금, 3대 지방 지주사 주식 비중 줄여
금융 당국의 예대마진 축소 요구로 올해 3대 금융지주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비즈DB

BNK와 JB, DGB 등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을 줄일 것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지방 지주사들은 서울을 기반으로 한 대형 지주사와 달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한과 KB, 하나, 우리, NH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외에도 여러 비은행 부문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해외 사업 비중도 높다. 실제로 은행 예대마진 사업 대신 다른 수익원을 찾으라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대형사들은 최근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과 해외 시장 개척 등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반면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대형사에 비해 은행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크고, 해외 사업의 비중이 적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우 대형 지주사 계열 회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의 기존 주력 사업에서 수익이 줄어들 경우 전체 지주사 실적 역시 방어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 BNK·JB금융, 예대마진 축소 압박에 금리 인상도 주춤

3대 지방 금융지주사 가운데 JB금융과 BNK금융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J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61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BNK금융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2.9% 늘어난 8583억원을 기록했다.

두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예대마진 중심의 은행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JB금융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BNK금융은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등을 각각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들 은행은 시중은행들에 비해 예대금리차가 높은 편이다.

전북은행의 경우 지난 2월 가계예대금리차는 7.54%포인트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광주은행도 5.84%포인트에 달했다. BNK경남은행 역시 2.54%포인트로 가계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대인 시중은행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실적 잔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올해 초부터 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잇따라 은행에 예대마진 축소와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서서히 멈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리도 올해는 큰 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3대 지방 금융지주사 순이익/금융감독원

◇ JB는 증권·보험사 없고 BNK는 해외 사업 기반 약해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두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은 지난달 임종룡 신임 회장 취임과 동시에 일찌감치 비은행 금융사의 M&A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사들 역시 비은행 계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M&A와 해외 사업 비중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지점을 갖추고 방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지주사들에 비해 지방 지주사들은 은행 외에 수익원을 확대할 만한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JB금융의 경우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 등을 거느리고 해외에서도 손자회사로 프놈펜상업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비은행 부문의 핵심으로 꼽히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BNK금융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등이 있는 반면 해외에서 기반이 약하다. 계열사인 BNK캐피탈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에 법인을 두고 있는 정도다.

지방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가장 비은행 부문을 폭넓게 갖춘 곳은 DGB금융이다. DGB금융은 은행 외에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 하이자산운용, DGB캐피탈 등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가 대형 금융지주 계열사들에 비해 규모가 작고, 그룹 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어 은행 실적이 부진할 경우 이를 방어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DG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2% 줄어든 4364억원을 기록, 3대 지방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순이익이 18.9% 늘었지만, 증권과 생보사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 당국은 지방 은행들에게도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위한 대책을 시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오전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역사회-지방은행 따뜻한 동행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산·경남지역 중소업체 대표, 소상공인, 금융소비자 등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모습. 왼쪽부터 최홍영 전 경남은행장, 이복현 원장,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연합뉴스

◇ ‘큰손’ 국민연금, 지방 금융지주사 주식 보유 비중 줄여

금융 시장에서도 올해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실적을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31일 국내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지주사들의 목표 주가를 대부분 낮췄다. BNK금융은 9600원에서 8100원으로, DGB금융은 1만400원에서 9000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JB금융의 경우 투자 의견이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뀌었다.

여러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최근 지방 지주사들의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일 BNK금융 주식을 329만3741주를 매도했다. 보유 비중은 기존 9.48%에서 8.47%로 감소했다. 국민연금은 DGB금융지주의 보유 비중도 9.92%에서 8.78%로, JB금융지주 비중도 8.21%에서 7.17%로 각각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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