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② “스페이스X가 버스라면 이노스페이스는 택시…전 세계에서 쏘겠다”
내년 상업 발사 목표… 2026년 세계 시장점유율 3% 달성
“버진오빗 파산 반면교사… 기업가치 현실적으로 설정”
국가가 막대한 돈을 투자해 우주 탐사와 개발을 주도하던 저효율의 우주개발은 끝이 나고 있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사업가와 투자가들이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모건스탠리는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2020년 3850억달러에서 2040년에는 1조1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20년 사이 3배가 커진다. 모험적 IT투자로 성공한 투자가들이 재사용 로켓을 처음으로 제시한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같은 혁신적 민간 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 덕분이다. 한국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점유율이 1%에 불과하다. 바꿔서 말하면 99%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말이다. 조선비즈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를 바라보는 혁신가들을 만났다. 전 세계를 상대로 우주 상품을 파는 창업가들과 기업가들이다.[편집자주]
지난 3월 20일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CLA)에서 첫 국산 민간 우주로켓인 ‘한빛-TLV’가 웅장한 엔진음을 내며 우주로 향했다. 이날 비행시간은 총 4분 33초. 노래 한 곡의 재생시간 정도였지만, 개발에 들어간 6년의 시간을 보상받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빛-TLV’의 성공 소식에 축전을 보냈고, 국내에선 ‘한국판 스페이스X의 탄생’이라며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르는 우주발사체 개발은 정부나 대기업이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노스페이스가 이 룰을 깬 것이다.
정작 한빛-TLV 개발을 총괄한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1단 엔진 개발 성공은 전체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60~70%까지 온 것에 불과하다”에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모습이다. 발사 성공 소식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책임감이 너무 커졌다는 게 김 대표의 소감이다.
한빛-TLV는 향후 상업 발사에 사용될 소형발사체 ‘한빛-나노’의 엔진 검증용 발사체다. 한빛-나노는 50㎏ 중량의 위성을 500㎞ 태양동기궤도(SSO)에 올려놓는 2단형 우주로켓이다. 한빛-나노를 완전히 개발하기 위해선 1단과 2단을 분리하는 ‘단 분리’ 기술과 위성을 보호하던 덮개를 떨어뜨리는 ‘페어링 분리’ 기술, 2단 엔진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는 기술뿐 아니라 실제 돈을 버는 사업모델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꿈꾸는 이노스페이스와 뉴스페이스의 미래는 무엇일까. 조선비즈는 지난 6일 경기도 화성의 이노스페이스 동탄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한국 첫 민간발사체 한빛-TLV 개발에 성공했다.
“발사 성공 직후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했을 때는 성공한 직후라서 기쁘면서도, 발사가 몇 번 연기되면서 쌓였던 부담감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브라질에서 국내로 들어왔는데, 언론 보도는 물론이고 여러 곳에서 축하와 격려를 받다 보니 정말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노스페이스가 민간기업이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국가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기쁘고 들떠있기보다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이 더 크다.”
-최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국내 민간발사장 설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종호 장관이 소형발사체 스타트업으로서 애로사항이 없는지 물어보셨다. 사업화와 관련해 요청했던 것이 민간발사장 준비다. 이노스페이스가 발사체 업체지만 국내에 민간발사장이 없어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인 시험발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국내 민간발사장이 필요한 이유인데, 현재 고흥 나로우주센터 인근이 다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서 공사를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환경성 검토를 위해 미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드렸다.”
과기정통부는 나로우주센터 인근 민간발사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올해 안에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조속히 마무리되면 내년 초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물론 당초 목표였던 2024년 준공보단 늦어진 셈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민간 발사장 구축과 별개로 내년 하반기에 상업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1단 엔진 개발을 완수하면서, 발사체 개발의 절반을 넘긴 상태다. 단 분리와 페어링 분리, 2단 엔진 개발은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 사이에 기술이전 등을 통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노스페이스 내부적으로는 2026년쯤에는 연 매출 1300억원, 전 세계 소형발사체 시장에서 점유율 3%를 기록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빛-나노’를 이용한 상업 발사를 내년부터 시작한다. 개발은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보면 되나.
“이노스페이스를 소개할 때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이라고 말한다. 우주산업은 마치 물류업체처럼 페이로드(Payload)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 무조건 운송수단이 필요하다. 개발하고 있는 한빛-나노는 하나의 운송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한빛-나노는 50㎏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2단형 발사체다.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은 이번 발사로 완료된 상태고, 1단 엔진이 개발됐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전체 발사체 개발의 60~70%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2단 엔진 개발은 메인 엔진을 개발하면서 병행했다. 이제 단 분리나 페어링 분리 기술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을 계획이다. 지상 모델은 올해 내로, 비행모델에 적용할 기술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전받아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계획에 따라 내년 말 상업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6년에는 일 년에 35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발사장 확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내부적으로 추정 손익 계산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와 노르웨이 안도야 우주센터, 국내 발사장을 모두 확보할 계획이다. 지금 개발 중인 한빛-나노를 비롯해 150㎏급인 ‘한빛-마이크로’와 500㎏급인 ‘한빛-미니’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이 시나리오로 차질 없이 갈 경우, 2026년 연 매출은 1300억원을 기록하고, 소형발사체 시장에서 3%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대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발사체 스타트업 로켓랩이 2018년 상업 발사에 성공했는데, 당시에 발사대가 한 개뿐이었다. 초반에 발사대를 확보하지 못하니 일 년에 단 두 번밖에 발사하지 못했다. 이후 뉴질랜드에 2개, 미국에 1개로 발사대를 확대하고 나선 연 9회를 발사했다. 우리는 이런 부분에 주목했고, 대륙별로 발사장을 구축하는 작업을 2019년부터 시작했다.”
소형발사체 상업 모델의 관건은 발사장 확보다. 특히 소형위성 발사 수요가 큰 지역은 유럽인데, 프랑스에 법인을 설립한 이노스페이스는 최근 노르웨이 안도야 우주센터 발사장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국내로 들어온 김 대표는 노르웨이 발사장 확보를 결정짓기 위해 이달 24일 유럽으로 날아간다.
-국내 민간발사장 구축이 늦어지고 있는데, 다른 발사장 후보지도 물색해야 할 것 같다.
“사실 발사대 후보지는 많다. 대륙을 이동할 정도로 운송비가 많이 들게 되면 발사 서비스 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발사장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발사대를 정할 때는 많은 것을 고려한다. 도로나 인프라 같은 접근성, 현지에서 발사장을 운용할 인력의 수준 등이다. 다만 동남아 같은 경우 아직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서 아직은 살펴보고 있는 정도다. 아시아 시장은 아직 발사 서비스 수요가 높지 않다. 한 기업이 아시아를 독점해도 전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5%가 안 되기 때문에 급하진 않다.”
-’한빛-TLV’를 발사한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는 좋은 발사장이었나.
“브라질은 지리적인 측면으로 보면 굉장히 좋은 발사장이다. 천둥과 번개의 빈도가 낮고, 위치상으로 적도에 있어서 지구 자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이다. 동쪽으로는 바다가 위치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었다. 추후 브라질 정도의 이점을 갖는 발사장을 확보할 예정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발사체 시장 규모는 2022년 22조2843억원에서 2027년 39조305억원으로, 5년 새 75.1%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15.1%다. 정부나 군에서도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통신·부동산과 같은 상업적 목적의 민간 수요도 증가한 덕이다.
메인 엔진 개발을 마친 이노스페이스는 본격적인 수주전에 돌입했다. 한빛-TLV 발사를 준비하면서 해외에서는 10곳, 국내에서는 3~4곳과 발사 서비스 계약을 협의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올해 3분기 중으로는 실질적인 성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발사체 업체 경쟁력 중 하나는 생산단가를 낮추는 거다. 관련 개발은 진행되고 있나.
“현재는 일회용 발사체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리드 엔진 특성상 현재도 로켓랩에 비해 저렴한 발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앞으로는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작년부터 정부 개발 사업으로 발사체 재사용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2025년에는 재사용 발사체를 적용할 수 있다. 발사체 부품과 관련해서도 무게를 줄이기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합금 소재로 된 부품을 사용하는데, 앞으로는 탄소를 이용한 복합재를 사용한다. 이노스페이스 주주이자 많이 지원해주고 있는 코오롱그룹이 탄소 소재 부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판 스페이스X’ 수식어가 붙고 있다.
“스페이스X는 대형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나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이 부담스럽고,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다(웃음). 오히려 우리는 로켓랩과 상업 모델이 비슷하다. 주로 대형발사체를 버스에, 소형발사체를 택시에 비유한다. 대형발사체는 정해진 루트로만 이동하고 중대형 탑재체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소형 위성 사업자들은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 소형 위성 사업자 입장에선 만족도가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었던 건데, 소형발사체는 소형 위성을 1~5개를 빠르게 발사하면서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투입하는 개념이다. 이런 서비스로 실질적인 상업적 성과를 내는 곳이 로켓랩이다.”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 공모 자금은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주관사인 미래에셋과 많이 논의하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정말 현실적으로 책정하려고 한다. 현재까지의 투자금과 공모 자금을 통해 차기 모델인 150㎏급 ‘한빛-마이크로’를 개발하는 데에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상장으로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정말 상업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최근 해외기업인 버진오빗만 봐도 파산하고 주가가 몇 센트 수준으로 폭락했다.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기간과 조건을 맞추는 기본적인 것에도 신경 쓰려 한다.”
-최근 해외 발사체 버진오빗이 파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뉴스페이스’에 실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생각을 듣고 싶다.
“버진오빗 파산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패착이었는지 우리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상업 발사에 뛰어든 업체들을 보면 개발비부터 운영비까지 큰 비용이 투입된다. 버진오빗의 한 달 운영비가 200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버진오빗이 미국에서 상업 발사에 성공하고도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았다.
우리는 메인 엔진을 개발하기까지 500억원 정도를 썼다. 버진오빗이 투입한 비용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낮은 금액이다. 물론 적은 돈으로 업체를 꾸려나가 고통스럽고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투자사들도 장기적으로 기다려줄 수 없어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기업이 우주개발을 하면서 도전적인 연구개발이 나온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버텨내고 살아남아 점유율을 갖는 게 우주산업의 특징이다.”
-연내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에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가 브라질 발사를 준비하면서 주로 협의한 대상이 브라질 우주청이다. 우리 정부도 잘 도와줬지만, 외교부와 국방부, 과기부 등에서 참여하면서 일원화된 창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우주항공청으로 우주산업에 대한 전문성 있는 지원이 일원화될 필요가 있다. 요즘 설립 지역이나 조직 형태에 대한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 어디에 있든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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