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1년 전 감사의견 올려놔 하한가 방치한 금투협 KOTC 사이트

정해용 기자 2023. 4. 1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코스닥 시장 상장사 카나리아바이오는 하한가까지 하락했다. 3만35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전날보다 29.97% 내린 2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모회사인 카나리아바이오엠도 KOTC 시장에서 전날보다 28.92% 내리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KOTC는 일반 투자자가 장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장이다. 지난 2014년 8월 출범해 현재 152개 종목(우선주 포함)이 거래 중이다. 주식 거래는 일반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 상장 종목과 같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이용하면 된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별도로 KOTC 상장기업 투자정보를 종합해 사이트를 운영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은 한국거래소에서 매일 투자와 관련된 최신 공시 정보를 제공하는데 KOTC 상장사는 이런 투자정보가 부족하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사이트다.

카나리아바이오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하한가 급락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 사이트가 오해를 살 만한 투자정보를 그대로 놔뒀기 때문에 발생했다. 하한가 급락이 있던 전날까지 KOTC 사이트의 카나리아바이오엠 종목의 투자정보 아래쪽에는 붉은색 글씨로 ‘투자유의 사유: 감사의견 한정’이 기재돼 있었다. 회계법인(감사인)의 감사의견 한정 의견은 1년 전인 2021년도 회계감사에 대한 것인데 1년째 그대로 방치됐고 12월 결산 법인의 2022년도 회계감사 의견이 제시되는 시기였던 지난달 하순까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인이 감사의견 한정이나 비적정, 의견거절 등의 의견을 내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거나 관리종목,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대상이 된다. 이는 기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을 감사인이 제시하거나 회계감사를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때 제시하는 의견들이기에 거래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치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상폐 대상에 오를 수 있기에 주총 시즌인 3월이 되면 기업과 관련이 있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은 감사의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상장사 감사보고서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를 잘 안다”라며 “주주뿐 아니라 대출금융기관, 거래처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게 감사인의 의견”이라고 했다.

금융투자협회 KOTC 사이트는 이런 시기에도 업데이트하지 않은 감사의견 한정을 그대로 뒀고 이를 본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여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지난달 29일 적정 의견을 받은 2022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주가가 회복됐다. 그러나 금투협의 사이트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멀쩡한 주식을 매도해야 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은 누구도 보상할 길이 없다.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국내 자본시장 유관 기관들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스탠다드(국제표준)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도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금투협은 외국인 투자자는 고사하고 국내 투자자에게도 오해를 살만한 정보를 그대로 놔두는 무성의함과 부주의함을 드러냈다.

2015년과 2016년, 2017년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쟁력 평가 금융시장 성숙도에서 각각 87위, 80위, 74위를 차지해 우간다보다 못한 평가를 받았었다. 당시 금융위원회 등은 ‘우간다보다 못한 금융’이란 조롱이 확산하자 WEF의 평가가 주관적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고 국가 간 객관적인 경쟁력을 비교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평가절하했었다. 그러나 감사‧결산 시즌에 1년 전 자료를 그대로 놔둬 주가를 하한가까지 떨어뜨리는 금융투자협회의 행태를 보면 주관적인 지표든 객관적인 지표든 우리가 우간다보다 나은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