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판호 훈풍에도 ‘K게임’ 웃지 못하는 이유… 中 수준 높아졌고 당국 입김 골치

변지희 기자 2023. 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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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한국 게임에 잇따라 판호를 발급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말하는데, 심의를 거친 자국 게임에는 내자판호를 발급하고 해외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발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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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이어 3개월 만에 ‘외자판호’ 발급
중국 게임, 전 세계서 인기… 구글플레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
“중국 게임사들, 기술력·상품성에 자신감”
”시장 열려도 예전만큼 흥행 보장은 아니다”
김용하 PD가 총괄 개발한 미소녀 게임 '블루 아카이브'./넥슨 제공

중국 당국이 한국 게임에 잇따라 판호를 발급하고 있지만, 중국 현지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말하는데, 심의를 거친 자국 게임에는 내자판호를 발급하고 해외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발급한다. 중국 내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은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져 한국 게임을 앞선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외자판호를 무더기로 발급하는 것도 자국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당국은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 ‘메이플스토리H5′,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넷마블 ‘일곱개의 대죄: 빛과 어둠의 교전’, T3엔터테인먼트 ‘오디션’ 등 5개 국내 게임에 대해 외자판호를 발급했다.

중국은 2017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자 보복성 조치 중 하나로 판호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12월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 ‘그랑사가’ 등에 외자판호를 내줬고, 3개월 만에 다시 국내 게임 5종에 외자판호를 발급하면서 사실상 한한령(限韩令)이 해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게임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34.1%에 달한다. 한한령 이후에도 우리 게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것이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실적도 자연스레 개선된다. 실제로 넥슨,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한국 게임사들이 중국에서 출시한 게임이 크게 흥행하면 실적이 퀀텀 점프를 했다. 올해 게임사들의 주주총회에서도 판호가 관심을 받았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는 ‘블루 아카이브’가 판호를 받은 것과 관련, “중국 퍼블리셔인 요스타와 출시 스케줄을 협의하고 있으며 가능한 빨리 출시하려고 한다”고 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도 “다수의 판호를 발급 받았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키런 킹덤 중국판./데브시스터즈 제공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구글플레이 한국 매출만 봐도 10위 안에 원신, 탕탕특공대, 히어로즈 테일즈 등 중국 게임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2020년 출시된 원신은 한국을 포함해 해외 시장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과 상품성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게 되면서 중국 당국도 판호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시장이 열린다 해도 예전만큼 흥행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판호 발급 프로세스가 깜깜이라 국내 기업들이 중국 정부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판호가 나오면 현지 서비스사로부터 낮은 비율의 로열티를 받기로 하고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게 될 수도 있다”며 “판호 관련 정보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객관적인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중국 현지 기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은 2021년 8월부터 미성년자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주당 3시간으로 제한하고 월 지출 한도 규제, 16세 미만 어린이의 라이브 스트리밍 금지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PC 게임은 한국 게임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PC 게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만든 모바일게임을 빠르게 내놓는 방법이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이 없거나 매우 약하게 들어간 게임을 개발해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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