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후폭풍에 홀로 남겨진 정몽규 회장…축구협회는 어디로[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을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기습 징계 대상자 사면 발표로 재밌었던 평가전 내용은 잊혀졌다.
누구를 위한 사면 발표였을까. 거센 반발에 다시 사면을 철회하고 정몽규 회장까지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 회장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한 이사진 전원은 사퇴했다.
홀로 남게 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면 후폭풍에 대한축구협회는 어디로 가게 될까.
▶여론 등진 사면 결정과 사과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꼼수처럼 승부조작범 48명을 포함한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에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심지어 대한축구협회가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의 2020년 10월 개정안 '승부조작의 경우 징계 수위를 결정할 때 감경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규정마저 무시하고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은 더 커졌다.
붉은 악마는 물론 K리그 서포터즈들이 대거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고 온라인은 물론 대한축구협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어지며 사면에 대한 반대가 이어졌다. 언론 역시 맹비난했고 대한체육회에서 허락조차 해주지 않을 분위기가 되자 축구협회는 사면 발표 3일 만인 3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면을 철회했다. 그리고 정몽규 회장이 이사회 직후 고개를 숙이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자 이사회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한 이동국, 이영표 등 부회장진과 박경훈 전무를 포함한 이사진 29명이 전원 사퇴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사면 발표 당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논리였다. 특히 사면자 중에 2011년 승부조작범 48명 역시 포함되자 논란은 더 커졌다. 2011년 K리그는 승부조작으로 인해 리그 존폐위기까지 몰렸었다. 인기를 끌던 최성국, 권집 등이 연루됐던 이 사건으로 인해 2006·2009 WBC 선전과 2008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인기를 되찾은 야구에 한국 No.1 스포츠 위치까지 내줬다. 승부조작 여파는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 팬들은 '조작리그'라는 오명 속에 치욕의 세월을 견뎌야했다.
이런 아픔이 있는 축구팬들에게 너무나 쉽게 승부조작범을 포함해 사면한다는 것은 발작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대체 왜? 비리-폭력범까지 사면하려했던 축협
이사진까지 전원 사퇴했음에도 좀처럼 여론은 수그러들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왜'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면을 꺼내든 것인가 하는 의문에 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특정인 사면을 위해 100인 안에 '끼워넣기'를 한 것 아니냐는 '핀셋 사면' 의혹도 들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사면을 발표하면 누가 사면이 되는지 명단을 공개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어떤 이의 이름도 공개하지 않았다. 더욱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은 5일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100인의 사면 명단을 공개했다. 이름은 빼고 성만 공개했지만 징계 이유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 48인의 승부조작범 외에도 금전비리행위 8명은 물론 선수와 심판에 대한 폭력을 행사한 5명, 실기테스트 부정행위 4명 등 영구제명을 받은 이들마저 모두 사면하려 했던 것.
자체적으로 영구제명까지 내렸을 정도면 당시 매우 악질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들을 승부조작범에 편승시켜 함께 사면시키려 했던 셈이다.
가뜩이나 평가전 한시간전 기습 발표하는 꼼수에 사면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가 국회의원이 나서니 명단이 공개되고 승부조작점 외에 다른 악질적인 죄를 저지른 이들도 사면하려했다는 사실까지 연달아 알려지자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게 됐다.
▶바뀌어야할 이사회 분위기…국정조사 가능성도
이사회에 참석해본 다수의 이들을 취재한 결과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는 정해진 안건에 회장이 말하면 나머지 참석자들은 동의하는데 거수만 한다는 것이 이사회 분위기다. 안건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거나 타당성을 물으면 두루뭉술한 답변만 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회의가 끝난 후 소위 '눈치주기'가 계속된다. 그러다보니 의욕을 갖고 이사회에 참석했던 이들은 권한을 넘기고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정몽규 회장과 핵심인사들의 눈에 들려는 이들만 참석해 손을 드는 회의만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29인의 이사진 중 프로축구연맹 쪽을 제외하곤 누구도 이번 사면과 관련해 반대의견을 내지 못했다. 오히려 동조하다 이 사달까지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동국, 이영표 등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데 '왜 그때는 아무말도 못하다 다 끝나니 사퇴하나'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3년부터 벌써 10년째 3선을 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국제축구계에서도 FIFA 평의원 선거에서 필리핀, 말레이시아 후보에게도 밀려 7명 중 6위로 낙선하는 등 축구외교력에 의문이 있는 상황. 여기에 정 회장이 진짜 적을 두고 있는 HDC의 현대산업개발이 광주, 부산, 김포, 고척 등 전국 각곳에서 부실공사 문제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기업도 잘 관리 못하는데 대한축구협회에 신경쓸 여력이 있나'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정 회장으로 계속 가더라도 이사회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이사진을 꾸려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YES맨만 곁에 두고 건강한 토의 없이 한국 축구의 중대사를 결정해서 안 된다는 것.
하태경 의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방송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이번 사안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홀로 남겨진 정몽규 회장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한국 축구를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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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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