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공급 줄며 가격 상승…업황 반등 빨라질 것"

한지연 기자 2023. 4. 1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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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감산' 바라보는 3가지 시각
2000년대 치킨게임서도 無감산…'초격차' 완성 판단
글로벌 1위도 '버티기' 힘들어…불황 장기화 우려도
재고소진·수요회복 맞물리는 올 하반기 이후 '업턴' 주목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감산을 언급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업계 해석이 엇갈린다. 글로벌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감산으로 전체 메모리반도체 공급량이 줄면서 업황 반등 시기가 당겨질 것이라 보는 전망이 우선 나온다. 반면 그 동안 "감산은 없다"고 버텨왔던 삼성전자가 25년만에 전략을 수정할 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반도체 불황 정도가 더 심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는 공급량 조절에 더해 수요 회복이 뒷받침될 때 진정한 업황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 내다본다.

"감산으로 공급량 줄어 반등 시기 앞당길 것"
삼성전자의 감산을 호재로 보는 쪽은 공급량 조절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객사 입장에선 구매를 마냥 미루기 어려워졌고, 이미 지난해부터 감산에 돌입한 경쟁사들은 추가 감산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과점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5.1%,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각각 27.7%, 2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았다면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수요를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며 "(감산으로) 2분기와 3분기 가격 흐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먼저 감산을 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입장에선 삼성전자가 생산을 유지하고 있으니 추가 감산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삼성이 감산에 나서면 아무래도 부담이 준다"고 말했다.
"오죽했으면 삼성전자도 감산?...상황 더 악화된 것"

'무(無)감산'을 고수하던 삼성전자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감산을 공식화하면서, 반도체 불황이 예상보다도 더 깊고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불황의 골이 깊어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체력을 가진 삼성전자조차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전자로서도 (업황) 어려움이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을 올리려면 현재로선 감산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고 부담도 여전하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재고자산은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025억원)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들과 격차를 충분히 벌렸다고 판단해 뒤늦게 감산을 결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위해 감산에 들어가지 않고 버티기 중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지난 2월 임직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좁혀지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벌어졌던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에서도 감산을 하지 않고 가격 경쟁을 벌였는데, 이 덕분에 2017년 이후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힘들때도 생산을 유지하면 반등 시기에 다른 업체들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전략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공급량 조절에 수요 회복 더해져야 진정한 업턴 올 것"
업계는 일시적인 수급 안정화를 넘어 궁극적인 반도체 업턴이 일어나려면 공급량 조절에 더해 소비 심리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엔 공급과 수요 심리 모두 작용하기 때문이다. 재고 소진과 수요 회복이 맞물리는 반등 시기는 하반기 이후로 전망했다. 챗GPT 등 인공지능(AI)기술 확대,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신규 CPU(중앙처리장치) 출시에 따른 서버용 D램 교체 등으로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 보는 것이다. 안 전무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감산에 따른 공급량 조절 영향이 1분기부터 나타나고 있을 것이고, 올해 중반 이후엔 인텔 CPU와 챗GPT에 따른 서버 D램 수요도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감산으로 즉각적인 D램가격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2분기부터 (가격 하락세) 낙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반기에는 공급량 조정이 수급 균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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