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계획부터 무기 소모량까지… 美, 손바닥 보듯 러·우크라 파악
“우크라 포탄 며칠내 바닥날 듯”
유출된 미국 국방부 문건은 미국 정보 당국이 러시아의 보안·정보기관에 깊이 침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뚜렷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 계획이나 전투력 등 러시아군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뿐 아니라, 공격 시기와 특정 목표물까지 매일 실시간으로 미국 정보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보를 미국이 전달해준 덕에 우크라이나가 중요한 전투마다 방어태세를 충분히 갖춘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유출된 보고서 중 하나는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달 3일 우크라이나의 항구 도시 오데사와 미콜라이우를 미사일로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이다. 드론 격납고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병사들을 죽이기 위한 것이 폭격 목적이라고 적혀 있다. 이 보고서 내용대로, 실제로 러시아 군은 지난달 말 오데사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격납고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뿐 아니라 무기 고갈 상태 등 우크라이나의 상황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고 있었다. 유출된 한 문서에는 미국이 제공한 155㎜ 포탄이 지금까지 거의 100만 발 발사됐다는 내용과 함께 포탄이 하루에 얼마나 빨리 소모되는지, 재보급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가 적혀 있다. 공급이 부족할 수 있으니 신중히 써달라는 취지다.
또 미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에 지대공 미사일 발사 시스템으로 추정되는 ‘프랑켄샘(FrankenSAM)’ 프로그램을 신속히 도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나온다. 아직도 구(舊)소련 시기에 사용하던 무기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우크라군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국이 제공하는 최신 무기를 적극 도입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문건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문서의 원본 내용이 러시아에 의해 일부 조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문건은 러시아군 사망자는 1만6000명~1만7500명,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7만1500명이란 내용이 적혀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전사자 수를 맞바꾼 내용이기 때문이다. 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선전하기 위해 이 극비문서들을 사전에 입수한 뒤 일부 내용을 선택적으로 조작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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