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터미널 폐업에 상권 '초토화'…다른 터미널 상인들도 '막막'
터미널 이용객 사라져 가게는 '한산'
지하 1층은 불까지 꺼져 있어…곳곳엔 '임대 문의'
100여개 점포 중 절반 가량 문 닫거나 휴업
6월 폐업하는 고양시 화정터미널 상인도 '노심초사'
타 지역 터미널도 줄폐업 위기…지원 절실
"대책이 나올거란 기대감 때문에 버티고 있는거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건비조차 못 챙겨요."
경기도 성남시 성남종합버스터미널에서 찹쌀 도너츠 가게를 운영하는 A(50대)씨는 매출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을 쉬었다.
5년 전 터미널에 가게를 차린 A씨는 터미널 사업자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1월 1일부터 터미널의 문을 닫자 본인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터미널 폐업 이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임대인이 월 임대료를 30만원 깎아줘 적자를 면했지만, 본인 인건비도 챙기지 못했다.
A씨는 "터미널이 문을 닫을 거란 소문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폐업을 결정할 줄은 몰랐다"며 "폐업 이후 성남시에서 상인들의 살길을 마련해 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3개월 동안 깜깜 무소식"이라고 푸념했다.
성남터미널 폐업 100일…상인들 "버티기 힘들다"
8일 오전 11시 30분 폐업 100일째를 맞은 경기도 성남시 성남시버스종합터미널. 터미널 입구에는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과 내부 상점은 정상 영업 중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터미널로 1층으로 들어가니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의자에 누워 잠을 자거나 앉아서 휴대폰을 보는 임시 터미널 승객들만 있을 뿐 상점을 이용하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A씨가 운영하는 도너츠 가게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도너츠와 빵이 높이 쌓여가고 있었고, 국수집 사장은 장사를 포기한 듯 의자에 앉아 입구만 쳐다봤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승강장에 불이 꺼져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휴대폰 조명을 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굳게 닫힌 상점 문에는 '임대 문의' 플래카드가 이곳 저곳에 붙어 있었다.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인 성남터미널에는 대형마트와 가구점, 통신사, 식당 등 100여 곳의 상점이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폐업 이후 절반 가량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쉬고 있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다 지난 3월 문을 닫았다는 B(60대)씨는 "1층은 임시 터미널 이용객때문에 손님이라도있지만, 지하 1층으로는 사람들이 올 일이 없다"며 "20년 넘게 운영하던 곳이라 정 때문에 버텼지만, 문을 닫는게 오히려 돈을 아끼는 길이라고 생각해 폐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폐업 앞둔 고양 화정터미널 상인들도 '노심초사'
폐업을 앞둔 고양시 화정버스터미널의 상인들도 걱정이 늘고 있다.
화정터미널 운영업체는 심각한 경영난과 건물 붕괴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달 사업 면허를 반납하고 폐업을 신청했다.
이 터미널은 1999년 6월 개장한 이래 운행 노선을 점차 늘려 전국으로 확대하고 시외버스 운행도 병행했지만, 2012년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고양종합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이용객이 급감해 중간 경유지 승하차장 기능만 하다가 오는 6월 폐업할 예정이다.
20년 넘게 터미널에서 떡집을 운영한 C(60대)씨는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손님이 없다"며 "터미널이 문을 닫으면 가게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가게가 나가질 않으니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샐러드 가게 사장 D(40대·여)씨도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그마나 인근 학교 학생들과 주민들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터미널 줄폐업 위기…상인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인들의 피해는 성남·고양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전국 터미널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283개 시외버스터미널의 이용객은 8683만4296명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1억5268만3933명)보다 43%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전국에서 18곳에 달하는 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았으며, 현재 정상 운영 중인 터미널도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과 상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철기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터미널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운영주체라고 해도 최소한의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시민에게 불이익과 불편을 초래하는 터미널 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행정적·재정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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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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