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수출농업, 싣고 나갈 ‘수레’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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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농업'을 강조한 지 오래다.
지난해에 농림축산식품 통틀어 약 88억달러를 수출했다.
수출 수레가 커지면 제품 차별화와 고급화가 진전돼 국산 원료 확대가 뒤따를 수 있다.
긴 기간 신선농산물 수출이 10억달러대에 머무는 이유를 속히 깨닫고 '누가' '어떻게' 수출하는지를 설명하는 신무역이론의 시사점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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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농업’을 강조한 지 오래다. 지난해에 농림축산식품 통틀어 약 88억달러를 수출했다. 신선품 16억달러(18%), 가공품 72억달러(82%) 정도다. 산업 비교우위 기반 ‘전통무역이론’ 관점으로는 신선품 수출에 한계가 보인다. 그래도 가공품 수출이 신선품의 4배 이상 커진 것이 희망이다.
산업 우월성보다 개별 기업 능력을 강조하는 ‘신무역이론’에서 유용한 전략을 볼 수 있다. 연구개발로 제품을 차별화해 상품의 고객지배력을 키워 시장을 확보한다는, 어쩌면 진부해 보이는 전략이다. 혁신적 농가가 연구개발로 자신의 특성적 농산물로 수출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 기업적 농가 덕분에 신선품 수출 16억달러를 달성했다. 당연히 이들 농가의 기업적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이런 농가 차원 노력도 중요하지만 농업을 원료산업으로 보고 거기에 연구개발을 덧입히는 식품기업을 연계한다면 농업의 세계시장 기회는 더욱 커진다. 현재로는 그 연계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수출 가공품의 높은 해외 원료 의존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어떤 원료를 사용하든 역량 있는 수출기업을 많이 육성한다면 국내산 농산물의 사용 기회는 확대된다. 이것이 필자가 강조하는 ‘수레 전략’이다. 수입 원료건 국산 원료건 가공품 수출기업이 번성한다면 결국 국내 농산물 사용 기회가 커져 수출 수레에 함께 실려 나간다. 이것이 식품 수출과 국내 농업 연계 경로다. 네덜란드가 잘 보여준다. 국내 생산규모의 2배 이상 농산물을 수입, 4배의 농식품을 수출하는 네덜란드다. 그렇게 확대된 농식품 수출이 네덜란드 농업을 견인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제도 역시 수출 지향적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다. 국내산 김치에 ‘한국 김치’라는 국가명칭의 배타적 사용을 허용함으로 유사 외국산 김치와 차별되게 하는 제도다. 한류 등 긍정적 한국 이미지를 덧입히는 중요한 제품 차별화 제도다. 정부가 공인하고 국제적으로 보호받는 제도로서 유럽이 많이 활용한다. 수출 수레가 커지면 제품 차별화와 고급화가 진전돼 국산 원료 확대가 뒤따를 수 있다.
수출 열세 농업에는 기술·기업을 접목한 가공식품 수출 확대가 농업 수출의 간접 경로다. 수출 수레를 키우면 국내 농산물도 실려 나갈 기회가 커진다. 긴 기간 신선농산물 수출이 10억달러대에 머무는 이유를 속히 깨닫고 ‘누가’ ‘어떻게’ 수출하는지를 설명하는 신무역이론의 시사점을 생각할 때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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