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 제한 규제 풀렸지만... 시장서 '분양권' 보기 힘든 까닭

김동욱 2023. 4. 1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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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주택 전매 제한 규제가 확 풀렸지만, 정작 시장에 나온 새 아파트 매물(분양권 포함)은 많지 않다.

단기 거래에 물리는 세금은 상당히 높은데, 시장 침체로 집을 비싸게 팔 환경은 아니다 보니 일단 기다려 보자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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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후 2년 보유하면 양도세 0원
"세금 비싼데 지금 팔면 손해"
분위기 편승, 호가 높이는 집주인 태반
서울 도심에서 바라본 한 아파트 단지. 뉴시스

7일부터 주택 전매 제한 규제가 확 풀렸지만, 정작 시장에 나온 새 아파트 매물(분양권 포함)은 많지 않다. 단기 거래에 물리는 세금은 상당히 높은데, 시장 침체로 집을 비싸게 팔 환경은 아니다 보니 일단 기다려 보자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물량이 나온 곳도 호가(부르는 가격)가 워낙 높아 실거래로 이어지는 분위기도 아니다.


수도권 입주 아파트도 바로 매도 가능

전매 제한 해제 단지

9일 한국일보가 서울·수도권 주요 단지 중개업소를 확인한 결과, 전매 제한 규제 완화 조치에도 시장 분위기는 잠잠했다.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된 7일부터 최대 10년인 수도권 전매 제한 기간이 최소 6개월로 줄어듦에 따라 시장을 살펴본 결과다.

애초 전매 제한 규제가 풀리면 일제히 매도 물량이 쏟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었다. 가장 관심 지역인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도시가 포함된 과밀억제권역의 전매 제한 기간이 1년(강남3구·용산구는 3년)으로 단축됐고, 해당 조치가 과거 분양 단지까지 모두 소급되기 때문이다.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아파트는 분양권(입주할 수 있는 권리)을, 입주를 마친 단지는 아파트 매도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세금 비싼 만큼 호가 높이는 집주인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뉴스1

현재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다. 서울에선 당장 분양권 매도가 가능한 단지는 13곳으로 파악된다. 내달 입주를 앞둔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은 현재 인근 중개업소에 등록된 분양권이 4개에 그친다. 7월 입주 예정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1,400가구가 넘는 대단지임에도 시장에 나온 분양권이 하나도 없다.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분양권 1가구), DMC파인시티자이(0건) 등 입주를 앞둔 다른 지역 아파트 상황도 비슷하다. 이들 아파트는 규제 도입(2021년 2월) 전에 분양해 2년 실거주 의무도 없어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집주인들이 분양권 매도에 소극적인 건 세금 때문이다. 현재 분양권은 취득 후 1년 내 팔면 양도세율이 77%, 1년 이후는 66%에 이른다. 동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입주까지 2~3년 기다렸는데 굳이 지금 팔 이유가 없다"며 "당장 잔금 치르기 어려운 집주인만 내놓는다"고 했다. 서울이 규제지역에서 풀려 입주 후 2년 보유만 해도 집값 12억 원까지 양도세가 '0원'이라 지금 팔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 매물만 넘쳐난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은 전세 매물이 124건에 이른다. 전용면적 84㎡ 분양권 가격은 15억 원을 웃돌지만 전세 매물은 넘쳐나 전셋값은 5억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공공택지에 분양돼 8~10년(입주 후 3~5년)간 전매가 금지됐던 위례신도시·과천지식정보타운 주요 단지도 매매가 가능해졌지만 거래가 없긴 마찬가지다. 호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5월 입주한 힐스테이트센트럴위례(1,078가구)는 중개업소에 등록된 아파트 매물이 7개 안팎이다. 전용 98㎡의 호가는 대략 15억 원선. 분양가(7억1,000만 원)의 2배 이상이다. 이들 단지는 곧 입주 2년 차라 양도세 비과세 요건까지 갖춘다. 그런데도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집값을 높이다 보니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시장에서도 전매 제한 완화로 당장 주택거래가 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요 단지의 경우 집주인도 최대한 차익을 남기려고 할 텐데 단기 양도세율이 워낙 높아 무작정 팔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약속한 대로 단기 양도세율을 낮추면 분양권 거래가 늘겠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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