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들과 한 방" "입양 협박 받아"... '반년간 인질' 우크라 어린이들 충격적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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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억류됐던 우크라이나 어린이 31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점령했던 하르키우와 헤르손 지역 어린이 수백 명이 참가했는데, 당시 러시아는 "스포츠와 해변 체험 등 각종 프로그램이 있는 무료 여름 캠프를 개최한다"고 홍보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2만 명의 어린이가 납치됐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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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짜리 캠프가 '6개월 감금' 생지옥으로 돌변
"납치 아동 2만 명"... 러는 "부모 동의 구해"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에서 열린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억류됐던 우크라이나 어린이 31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집 앞마당에서 벌어지던 전쟁의 참상을 잠시나마 피하려 우크라이나를 떠난 지 반년 만의 무사 귀환이다. 그러나 가족과의 생이별은 물론, 끔찍한 구금 생활을 버텨야만 했던 10대 아이들의 증언은 꽤 충격적이어서 러시아의 '아동 납치' 의혹을 둘러싼 파문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캠프' 갔다 6개월 이상 생이별... "러시아는 지옥이었다"
8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9월 초 러시아 여름 캠프를 떠났던 우크라이나 어린이 31명은 전날에야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 캠프 기간을 제외하면, 약 7개월 동안 러시아에 붙잡혀 있었던 셈이다. 13세 소년 보그단은 "2주짜리 캠프에 갔다가 6개월 이상 러시아에 갇혀 있었다. 오늘 버스 안에서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이 터졌다"고 CNN에 말했다. 엄마 이리나(51)는 "전화 통화조차 불가능했다. 아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고 지냈다"며 보그단을 연신 껴안았다.
문제의 캠프는 지난해 8월 말 러시아 남부와 크림반도에서 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점령했던 하르키우와 헤르손 지역 어린이 수백 명이 참가했는데, 당시 러시아는 "스포츠와 해변 체험 등 각종 프로그램이 있는 무료 여름 캠프를 개최한다"고 홍보했다. 부모들은 '아이들만큼은 전쟁의 공포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야 한다'고 기원하며 러시아행 버스에 자식들을 태웠다. 하지만 전황이 바뀌며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탈환하자, 러시아는 '안전상 문제'를 들어 어린이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소식도 완전히 끊겼다.
귀환한 아이들은 끔찍했던 기억을 하나둘씩 끄집어냈다. 5개월간 거처를 다섯 차례나 옮겨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가 하면, 쥐나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리를 동물처럼 다뤘다"는 증언도 나왔다. 게다가 러시아 관리들은 아이들이 캠프에 도착하자 "너희는 곧 입양될 것" "이곳에 오래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3세 소녀 다샤 라크는 "그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모든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납치된 어린이만 2만 명" 주장에... 러는 "안전 위한 것"
이번 구출 작전을 주도한 건 인도주의 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 벨라루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크림반도에 이르기까지, 이 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부모와 4개국을 횡단하며 기나긴 여정에 나섰다. 단체의 설립자 미콜라 쿨레바는 미국 타임지에 "폴란드와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 본토까지 전선을 우회하면서 비행기나 버스로 이동했다"며 "러시아 측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항상 이동 경로를 바꿔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2만 명의 어린이가 납치됐다고 추정한다. 일각에선 "어린이들을 전쟁 포로 교환에 이용하거나, 러시아에 동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캠프에선 러시아 문화나 역사를 가르치는 '사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제형사재판소(ICC)도 러시아의 이 같은 행위를 전쟁범죄로 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어린이들 안전을 위해 이주시킨 것"이라며 납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리보바-벨로바 위원은 최근 "어린이가 가족과 떨어져 위탁 가정으로 보내진 사례는 없다"며 "언제나 아이들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행동했고 부모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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