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에서 한국어 교가, 한국 사람으로 자부심"

김지섭 2023. 4.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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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단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이제 학교 내부 구성원들의 자랑이자, 교토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야구부 사랑이 남다른 박경수 교장도 "한국어 교가로 일본 전역에 한국계 학교라고 인식됐다"며 "교토 지역에서는 택시를 타도 기사들이 우리 학교 명칭을 정확히는 몰라도 '고시엔에 나간 팀'이라고 얘기하면 다 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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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교토국제고의 기적을 찾아서②]
학교 가족들이 말하는 야구부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교토=김지섭 기자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단한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이제 학교 내부 구성원들의 자랑이자, 교토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전체 학생 수는 135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본 최강 팀만 나갈 수 있는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 2년 연속 나갔고, 2021년 여름 고시엔에서는 4강 신화를 일궈내며 일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아울러 일본 고교야구의 심장인 고시엔 구장에 한국어 교가를 울려 퍼지게 하면서 재일동포 사회의 큰 자부심이 됐다.

교토국제고 김영철 부이사장과 박경수 교장.

20년째 교토국제고에서 몸 담으며 과거 선수 스카우트를 직접 했었던 김영철 부이사장은 “고시엔에서 한국말로 응원을 하고 교가도 불렀다”며 “한국 사람으로써 자부심이 느껴졌다. 재일동포 사회에서도 큰 화제가 돼 대회 출전을 위한 지원을 엄청 많이 해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직접 스카우트하러 다녔는데 지금은 알아서 선수들이 지원을 한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우리도 신기하다. 코칭스태프가 정말 고생 많이 했고, 선수들도 참 기특하다”고 칭찬했다.

야구부 사랑이 남다른 박경수 교장도 “한국어 교가로 일본 전역에 한국계 학교라고 인식됐다”며 “교토 지역에서는 택시를 타도 기사들이 우리 학교 명칭을 정확히는 몰라도 ‘고시엔에 나간 팀’이라고 얘기하면 다 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밥을 책임지는 도요타 나오미(가운데)씨와 직원들.

치열한 지역 예선을 뚫고 2021년과 2022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 올라 교토 전통의 야구 명문 헤이안고보다 위상이 높아졌다. 선수들의 삼시 세 끼를 책임지는 조리사 도요타 나오미씨는 “친구가 헤이안고 팬인데, 최근 3년 간 헤이안고가 우리 교토국제고를 이겨본 적이 없다”며 “우리 선수들이 꿈은 이뤄진다는 걸 보여줘 용기와 힘을 얻었다. 우리 선수들 최고”라고 말했다. 함께 주방에서 일하는 전명순씨도 “처음에 음식이 맵다고 울면서 밥 먹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들의 영웅이 됐다”며 “고시엔에 또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기숙사 어머니’로 불리는 이들에게 선수들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선수들은 “항상 연습하고 돌아오면 맛있는 밥을 준비해주시고, ‘수고했어’라는 따뜻한 말을 해주셔서 매일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고 앞으로도 성장하는 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매일 맛있는 밥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토국제고 한국사 담당 김현정(오른쪽) 교사와 3학년 리이명양.

학교 스승들도 선수들을 대견해 했다. 한국사를 담당하는 김현정 교사는 “수업할 때는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야구할 때 보면 눈빛이 바뀐다. 평소와 다른 눈빛을 보이니까 아이들이 다르게 보이더라.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고시엔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야구부 자랑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2년 전 고시엔 ‘직관’을 가서 친구들을 응원했던 3학년 리이명양은 “당시 고시엔 구장의 크기에 놀랐고,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며 “주변에서 ‘우리 학교 대단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줘 좋았다”고 했다.

교토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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