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홈 컬렉션, 한국 시장서 3년간 2배 커졌어요”
“그릇·담요 등 신제품 가장 잘팔려”
지난 4일 오후 7시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옆 aT 센터 켄벤션 홀. 1500㎡(453평) 가량 되는 공간에 이삿짐 센터 직원 유니폼을 입은 50여명이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이들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거대한 이삿짐 박스를 풀더니 그 안에서 가구, 도자기, 조명을 꺼내 들고 무대로 올라왔다. 그릇이나 조명을 손에 든 채로 때론 춤을 추고 때론 곡예를 했다. 물구나무를 섰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세계적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Philippe Decouflé)가 에르메스와 2년 넘게 준비했다는 퍼포먼스다. 에르메스는 고객에게 홈 컬렉션(Home Collection)을 소개하기 위해 파격(破格)을 택했다. 값비싼
제품을 깨질까봐 고이 전시장에 모셔놓고 사람들을 부르는 대신, 창고 같이 꾸민 공간에서 이삿짐을 풀어헤치듯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제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줬다. 에르메스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서울에서 만난 에르메스 홈 컬렉션 매니징 디렉터 앤-사라 파나르(Panhard)에게 물었다. 그는 “우리에겐 즐거움과 유머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진지한 자세로 물건을 만들고, 최상의 품질로 제품을 뽑아내지만, 그걸 가급적이면 어떻게 하면 가볍고 즐거운 방식으로 선보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이번 공연이 그 답일 겁니다.” 이번 행사는 당초 작년 10월 말에 열리기로 돼 있었으나, 이태원 참사로 행사 당일 취소됐고, 올해 4월 다시 열렸다.
파나르는 “한국 고객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면서 “신제품,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이라고 했다. “가령, 태양을 뜻하는 쏠레이(Soleil) 디자인을 담아낸 그릇 세트는 신제품으로 나오자마자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됐다고 들었습니다. 텍스타일 제품 중 새 컬렉션으로 출시된 담요도 한국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고 들었고요.”
파나르는 “덕분에 지난 3년 동안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한국 시장은 두 배 가량 성장했다고 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재택근무나 집에서 하는 홈 트레이닝 운동 같은 형태가 발전했고, 요리·가드닝 같은 다양한 열풍이 생겨났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현상”이라면서 “성장하는 만큼 전세계 시장과 한국 시장을 위한 충분한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제품이 계속 나올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산다. 가구·도자기·조명까지 이렇게 계속 사들인다면, 환경에는 나쁜 일이 아닐까. 파나르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치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제품이 아닌, 백년 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모든 제품을 만들 때마다 ‘고쳐 쓸 수 있는가’ ‘오래 쓸 수 있는가’ ‘기존에 있는 어떤 물건과도 어울릴까’를 고민합니다. 고쳐 쓰고, 오래 쓰고, 아껴 쓸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결국 환경을 위하는 길인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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