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계산요” 사라진다, 이젠 고깃집서도 셀프결제
작년 10월 문을 연 경기도 부천 송내 번화가의 한 쌈밥 집에는 계산용 카운터가 없다. 대신 14개 테이블마다 카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태블릿을 뒀다. 손님이 종업원 부를 필요 없이 주문부터 결제까지 테이블에서 스스로 하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하다 사람 부리는 게 힘들어 식당을 열었다는 사장 황두하(41)씨는 “주문받느라 직원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은 계산하려고 줄 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 서로 편리하다”고 했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종업원 부르는 “여기요”나,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카운터 앞에서 “계산해 주세요”라는 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로 하던 셀프 주문·결제가 요즘은 고깃집이나 술집 같은 일반 음식점에서도 ‘셀프 주문·결제’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프 주문·결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심각한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한 음식점들의 생존 전략과 코로나 이후 비대면 주문·결제 문화 확산이 만들어 낸 트렌드다.
◇ 고깃집, 술집까지 ‘테이블 셀프 결제’ 확산
최근 빠르게 보급되는 건 이른바 ‘테이블 오더·결제’ 방식이다. 서울 성수동 한 카레 식당은 테이블 8개에 아이패드 같이 생긴 태블릿을 하나씩 설치해 셀프 결제를 하도록 했다. 이 식당에선 2021년 말까진 종업원 둘이 사장과 함께 일했으나, 코로나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종업원은 모두 나가고 지금은 사장 혼자 요리와 서빙을 다 하고 있다. 사장 A씨는 “태블릿 임대료는 대당 월 2만원 정도인데 직원 쓰는 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B씨는 지난달 서울 충무로 근처 한 고깃집에서 회식을 마치고 나가다가 사람 키만 한 키오스크로 결제를 마쳤다. 카운터가 없진 않았는데, 종업원이 다른 손님을 응대하는 사이 기계로 돈을 내고 나온 것이다.
테이블 오더·결제는 음식 값 전체를 ‘N분의 1′로 공평하게 나눠 계산할 수 있고, 메뉴별로도 ‘더치페이(각자 계산)’할 수 있다. 보통 주문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지만 주류처럼 주문이 잦은 경우 결제 번거로움을 덜 수 있도록 ‘후불 결제’도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셀프 결제가 늘면서 아직 기계 작동에 낯선 일부 손님들 사이에선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서울 흑석동 한 돈가스 집에서 테이블 셀프 결제를 한 윤모(34)씨는 “작동 방식을 종업원에게 일일이 물어야 했는데 이러면 대면해서 주문하고 결제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 중림동 횟집에서 테이블 오더를 이용한 최모(36)씨는 “호출 벨을 아무리 눌러도 종업원은 오지 않고, 뒤늦게 종업원이 와서는 ‘태블릿으로 해주세요’라고 하더라”며 “음식 값에 서비스 비용도 들어가 있을 텐데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너도나도 뛰어들어
푸드테크 기업이나 키오스크 제조사들은 테이블 셀프 결제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오스크 업계 1위 오더퀸은 음식점용 주문·결제 키오스크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 3월 셀프 태블릿을 새로 출시했다. 오더퀸 관계자는 “셀프 결제 기기를 설치할 만한 외식업체를 전체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여전히 공략할 수 있는 업체가 40만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빙 로봇 등을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 브이디컴퍼니도 작년 12월 ‘테이블 오더’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만큼 월 임대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1만5000원으로 책정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테이블 오더 시장 점유율 1위인 티오더 관계자는 “얼마 전부터 일본·싱가포르·북미 지역 한인 식당 업주한테서도 설치 문의가 들어와 해외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셀프 결제 문화가 일자리 감소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외식 사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3.02명이었는데, 2021년 2.42명으로 19.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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