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디바의 솔메이트
인기 있고 뛰어난 여자 가수나 여배우를 ‘디바’라고 부른다. 지난주 별세한 현미(본명 김명선·사진)도 그런 가수였다.
한국 가요사에서 디바로 불리는 몇몇 여가수는 그들의 작곡가와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를 갖고 있다. 현미의 남편 이봉조는 작곡가이자 색소폰 연주자로 훤칠한 미남이었다. 미8군 무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3년간 연애한 끝에 결혼했다. 그러나 이봉조는 이미 두 자녀를 둔 유부남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봉조는 첫 부인 사이에 1남3녀를, 현미와는 2남을 두었다. 두 사람은 복잡한 가정사를 극복하지 못한 채 15년간의 동거를 끝냈다. 현미가 결별을 선언했지만 이봉조는 본부인에게 돌아가지 않고 혼자 살다가 1987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두 사람은 가수와 작곡가로서는 환상의 콤비였다. 현미의 대표곡 ‘밤안개’를 시작으로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 없이’ ‘몽땅 내 사랑’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놨다.
패티 김과 길옥윤 역시 히트곡 콤비였다. 1966년 봄, 미국으로 갈 예정이었던 패티 김에게 길옥윤이 ‘4월이 가면’을 만들어줬다. 일종의 프러포즈 송이었다. 그해 12월 결혼한 이후 ‘그대 없이는 못 살아’ ‘사랑이란 두 글자’ ‘이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그러나 패티 김은 술과 도박에 빠진 길옥윤을 견디지 못하고 5년 만에 이혼을 택했다. 패티 김은 1994년 암 투병 중이던 길옥윤을 위한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다. 결국 길옥윤은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과 남편 김해송도 빼놓을 수 없는 콤비다. 1936년 결혼한 두 사람은 ‘다방의 푸른 꿈’ 등 히트곡을 발표하는 등 가요계의 여명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작곡가이자 탁월한 쇼비즈니스맨이었던 김해송은 한국전쟁 때 납북돼 끌려가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하에 둔 자녀들이 김시스터즈를 결성하여 원조 걸그룹으로 활약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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