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용기 70대·군함 11척 동원해 ‘대만 포위 리허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4.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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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美하원의장 회동에 무력시위… 美, 초계기 대만 급파
8일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해협과 대만섬 인근에서 전투 대비 경계 순찰을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푸저우 인근에서 군사훈련 중인 중국 군함 한 척이 해안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으로 명명한 이번 훈련이 최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미국 회동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9일 중국 군용기 70대와 군함 11척을 대만 주변에서 탐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육·해·공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미·중 군사적 긴장 지수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9일 오후 4시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 군용기 70대와 군함 11척을 대만 주변에서 탐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8일 “8∼10일 대만해협과 대만섬 남북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聯合利劍]을 조직한다”고 발표했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최근 회동에 대한 항의 차원의 무력시위가 이틀째에 접어들며 중국과 미국이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과잉 대응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최신예 해상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대만 인근에 보냈다.

중국의 이번 무력시위는 ‘대만 포위 리허설’로, 규모 면에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중국 국영 CCTV는 9일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 편대가 이번 훈련에 참여해 원해(遠海) 작전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왕쿤이(王昆義) 대만국제전략학회 이사장은 “중국이 이번 훈련에 항모 산둥함을 배치한 것을 고려하면 작년 펠로시 대만 방문 당시를 넘어서는 무력 규모”라면서 “산둥함에서 대만을 향해 직접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이번 훈련에서 대만 동부 해역에 배치된 산둥함은 원거리 타격과 미사일 제압이 가능해 외부의 대만 지원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했다

중국 군용기 45대가 중국 본토와 대만의 경계선인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중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경계선을 침범하고, ‘경계 순찰’이란 표현을 쓰며 대만해협을 자국해(海)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중국군은 10일에는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VOA는 중국의 한 군함이 지난 8일 대만에서 50㎞ 떨어진 해역에 실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의 무력시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각)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국가 안보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기에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갖췄다고 자신한다”며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대만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미·중 충돌에 대응할 군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만 언론들은 “미국이 최신예 해상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바스해협과 서남 공역에 보내 중국의 훈련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주대만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 재대만협회(AIT)도 9일 “오랜 관행과 정책에 부합하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을 중국이 과잉 대응의 구실로 이용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7일 대만 입법원(국회)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신속한 무기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힘을 통한 평화가 진짜”라고 했다.

미국이 특히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중국의 무력시위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대만 포위 실전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의 자막을 통해 “오늘(8일)의 훈련은 연합 작전 체계에서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 장악 능력을 집중 검증했다”며 “대만 주위에서 전방위 포위하는 태세를 형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육군 장사정 로켓포 등이 동원된 사실도 공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섬과 인근 해역의 핵심 목표가 타격 대상으로 처음 공개적으로 제시됐다”면서 “타격 대상은 대만의 요지, 군사 시스템을 지원하는 거점 등”이라고 했다. 또군사과학원의 한 연구원을 인용해 “이번 훈련은 군대의 모든 전력이 참여한 전군(全軍)의 연합 훈련이었다”며 “모든 무기가 실탄을 장전하고, 순찰용 함정의 경우 레이더를 켜는 등 실전 지향 훈련이었다”고 했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서 정보망 장악에도 나섰다. 해안·해상·공중에서 전자 정찰·교란 활동을 벌여 대만군의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방어 기지를 제압하는 연습을 한 것이다.

작년 8월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 중국의 무력시위는 대만의 중요 항구와 항행로를 장악하고, 대만 해·공역을 봉쇄해 대만을 고립시키는 목적의 훈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나아가 대만 공격 상황을 상정해 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이번 훈련의 규모와 별개로 수위는 작년 펠로시 대만 방문 당시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대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군 전투기들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잠깐만 넘었다”고 했다. 또 펠로시 대만 방문 때와 비교해 훈련 첫날 중국·대만 군함의 대치 상황이나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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