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前 태국 총리 막내딸, 총리 후보 됐다
내달 총선, 원로 군부출신과 대결
2006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난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6)이 태국 제1 야당의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고 CNN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탁신 전 총리의 둘째 여동생이자 패통탄의 고모인 잉락 친나왓도 2011년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다가 군부 견제 여파로 2014년 물러났다. 탁신 전 총리의 매제(첫째 여동생 야오와파 웡사왓의 남편)인 솜차이 웡사왓도 2008년 9월 총리가 됐지만 3개월 만에 정당 해산으로 실각했다.
아빠와 고모부, 고모에 이어 패통탄이 총리에 올라 ‘가문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탁신 전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태국 제1 야당 프아타이당은 지난 5일 패통탄 친나왓과 함께 스레타 타위신 전 산시리(부동산 개발업체) 회장, 차이까셈 니띠시리 전 법무부 장관 등 3명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태국 선거법에 따르면 각 당은 총리 후보를 최대 3명까지 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의료 서비스 확대, 대중교통 요금 인하 등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패통탄이 최근 차기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패통탄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이 500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 다음 달 14일 총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아타이당이 압승할 경우 패통탄이 총리에 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태국 총리는 새로 선출되는 하원 의원 500명과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 등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이 7월에 뽑는다. 기존에는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직에 올랐으나, 2017년 군부가 주도한 개헌으로 상원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게 됐다.
패통탄이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루엄타이쌍찻당 후보)와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팔랑쁘라차랏당 후보) 등 군부 출신 원로 정치인들을 제치고 총리가 되려면 프아타이당이 하원 500석에서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한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선거운동을 이끌고 있는 패통탄은 총리 경선 후보로 지명된 뒤 “고난의 세월을 뒤로하고 희망의 시대를 열 때가 됐다”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프아타이당의 압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패통탄은 2021년 정치에 입문, 프아타이당의 총선 캠페인을 이끌며 이름을 알렸다.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탁신 전 총리는 통신 재벌 출신으로 2001년 총리직에 올랐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왕실·군부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이듬해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하지만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탁신 전 총리와 탁신 가문은 군부의 정치적 대항마로 떠올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