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바람은 홀로 불지 않는다
바람은 홀로 불지 않는다. 바람은 타자와의 관계가 지워질 때 그 존재를 드러낸다. 흔들리는 깃발에서, 춤추는 나뭇가지에서 우리는 바람을 본다. 몸을 휘감는 라일락 향기도 바람 없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색도, 향도, 형체도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을 통해 움직이는 힘을 가진 것이 바람이다. 장자 내편(內篇) ‘제물론’에 나오는 ‘바람 이야기’도 바람이 ‘소통과 마주침의 미학’이라고 말해준다.
결국 바람이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선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바람이 벽과 마주할 땐 그저 정체된 공기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의 기운이 잦아들면서 마치 긴 겨울잠을 자고 기지개를 켜 듯 예술문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변화의 바람이 문화도시와 연계해 더 큰 새로운 바람으로 방향을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문화예술로써 지역주민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지역의 활력뿐 아니라 지역의 공동체라는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문제는 그 바람을 성공적인 바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것을 진행하는 조직이 바람에 대한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람이 없으면 바람 소리도, 냄새도 없는 것처럼 바람이 있어도 그것을 담아낼 마주침이 없다면 소용없다. 마주침을 통해 그 바람이 다시 시민들의 삶 속에 들어와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해 즐길 때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자리 잡는다.
바람은 무엇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선과 방향을 만든다. 성공적인 문화도시를 위해서는 이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야 한다. 예술과 문화는 바람을 타고 움직여야 한다. 정지돼 있는 공기라면 죽은 도시와 같다.
문화예술의 미래를 발전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매개체를 통해 이 바람을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람이 정체되지 않도록 유기적 연계를 통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스치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처럼 문화도시의 바람도 주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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