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도청 측백나무
수원광교박물관 정원에 측백나무 한 그루가 자리해 있다. 100살이 넘은 의미있는 나무다.
‘경기도청이 서울 광화문에서 개청할 때부터 수원으로 이전할 때까지(1910~1967년) 역사를 함께한 수목입니다. 수령은 100여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13m, 수관폭 약 15m, 뿌리 지름은 3m에 달하는 경기도청의 역사적 흔적을 품은 고목입니다.’ 안내판에 써있는 글이다.
측백나무가 수원광교박물관 앞에 심어진 것은 2018년 4월이다. 서울의 옛 경기도청사 부지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1910년 경기도청 건립 당시 심었을 것으로 보이는 측백나무는 도청이 수원으로 이전된 뒤 홀로 남아있다가 반세기 만에 경기도 땅에 뿌리를 내렸다.
경기도청이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전한 것은 1967년이다. 경기도청 유치를 위해 인천과 수원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이병희 국회의원(수원유치위원장)이 삭발까지 하며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게 무릎을 꿇고 수원 이전을 요청했다. 수원은 조선시대에 경기감영이 있었고, 6·25전쟁 때 임시도청이 설치된 바 있어 ‘수원 존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다.
사활을 건 유치전에서 수원이 승리했다. 1964년 10월15일 팔달산 아래 수원공설운동장 터에서 경기도청사 신축 기공식이 열렸다. 1967년 6월23일엔 도청 이전식과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열렸다. 경기도청 수원 이전 때, 측백나무는 광화문 도청사 터에 남겨졌다.
그후 50여년이 지났고, 측백나무가 서 있는 부지가 서울시역사박물관의 ‘의정부터 발굴조사계획’에 포함돼 베거나 이식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논의해 경기도로 옮기기로 했다. 측백나무를 일단 수원광교박물관에 가이식(假移植)하고, 새 도청사가 광교에 들어서면 준공 시기에 맞춰 다시 옮겨 심는다는 계획이었다.
경기도청은 팔달산 시대를 마감하고 광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측백나무는 아직 수원광교박물관에 있다.
많은 이들이 광교청사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올봄에는 ‘경기도청 측백나무’를 광교 도청에 심었으면 좋겠다. 경기도청의 역사성이 담긴 경기도청 나무니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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