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수도권 참패의 길을 열다
국민의힘의 지도부 구성이 끝났다. 김기현 당 대표는 울산 남구을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진주시갑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대구 달서구을이다. 핵심 3인 모두가 영남이다. 그동안 보수 제정당은 영남에 뿌리는 둬 왔다. 하지만 ‘대표-정책위의장-원내대표’가 영남으로 통일된 적은 드물었다. 근자의 기억은 없다. 7일 원내대표 선거는 예 없던 영남당을 완성시키는 요식행위일 뿐이었다. 거기 지역 집중에 대한 견제는 없었다.
원내 국회의원들만 투표했다. 영남 의원이 당내 절대 다수다. 영남 출신 윤 의원의 승리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향하는 국민 눈높이가 있었다. ‘영남 싹쓸이’에 대한 타 지역의 거부감도 컸다. 윤 의원의 통 큰 결단을 막판까지 기대했다. 수도권 균형을 위한 불출마였다. 하지만 그게 불발됐고, 의원들의 개별적인 선택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마저 무망한 희망으로 끝났다. 영남 정치가 뭉쳤고 경기도는 패배했다.
여기에 선거일(7일)을 앞두고 보인 윤석열 대통령 행보도 공교롭다. 지난 1일 대구를 방문해 야구장과 재래시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이 프로야구 10개 구단 개막식 중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를 선택한 것이다. 대구서문시장에서는 10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500여m를 걷는 이벤트를 했다. 다시 와서 벅차고 기쁘다고 했다. 대선 이후 네 번째 방문이다. 당선 뒤에만 두 번째다.
권력의 향배는 동물적으로 알아채는 정치인들이다. 이번 대구 이벤트를 어떻게 봤을까. 윤심(尹心)이 영남에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나.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부산 방문도 선거 하루 전이었다. 제4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부산 벡스코에서 주재했다. 박람회 유치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었다. 민주당 지자체장들(전남, 전북, 제주)도 참석했다. 뭐라 할 건 아니다. 하지만, 하루 뒤가 영남 후보를 뽑은 선거였다.
‘용산픽’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초반에는 ‘김학용 대세론’이 있었다. 수도권 지역대표론의 영향이 컸다. 원내대표를 꿈꾸던 박대출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앉힌 것도 김기현 대표가 ‘수도권 김학용’을 배려했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대일 외교 잡음, 대통령 지지율 급락, 양곡관리법 마찰 등과 맞아떨어졌다. 대통령의 의중이 윤재옥 의원을 향한 것으로 흘렀다. 일정이 묘하게 겹쳤고 결과가 그렇게 됐다.
국민의힘은 영남당이 됐다. 인구 1천300만 경기도는 거기 없다. 앞서 ‘국민의힘의 영남당’화를 걱정하는 경기도 당원의 뜻을 이미 전한 바 있다. 결코 과한 전언이 아니었다. 더 거친 분노가 계속 전해오고 있다. 영남지도부가 무슨 총선 지원을 하겠냐고 묻는다. 수원 재래시장에 올 지도부는 있냐고 묻는다. 수원지역 원외 위원장이 탄식한다. ‘대통령 지지도 30%, 지도부 영남 일색, 경기도 총선은 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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