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변방 넘어 ‘인형극 올림픽’ 개최국으로”
“깜짝 놀랐어요. 인형극은 연극 중에서도 대중 관심에서 비켜난 비주류, 변방이었으니까요.”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 조현산(54) 이사장은 이해랑 연극상 특별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인형극인 모두가 함께 기뻐할 경사”라고 했다. 1989년 춘천 공지천변 벌판에 전국 인형극인들이 모여 잔치처럼 시작한 춘천인형극제는 2001년 재단법인화와 인형극 전용극장 건립을 거쳐 35년을 이어졌다. 이제 춘천은 한국 인형극의 ‘메카’, 춘천인형극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첫손에 꼽히는 축제로 성장했다.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이겨내며 세계 인형극계의 주목을 받고, ‘인형극 올림픽’ 2025년 세계인형극연맹(UNIMA·유니마) 총회를 유치한 걸 조금은 평가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조 이사장은 “관객부터 스태프까지 함께 축제를 만든 사람들, 춘천시의 지원과 시민들의 참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형극은 미술과 연극이 만나 만들어내는 상상력과 여백의 예술”이라고도 했다. “인형극단은 작품을 할 때마다 말하고 싶은 걸 담는 인형을 직접 제작해요. 인형이 만들어낸 여백을 관객이 머릿속에서 상상력으로 채울 때 비로소 인형극만의 매력과 언어,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조 이사장은 군 제대 뒤 당시 서울인형극회의 흥부전 공연에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는 뱀 인형을 움직이는 역할로 처음 인형극을 접한 뒤 금세 빠져들었다. 2002년 결성한 인형극단 ‘예술무대 산’은 세계유니마총회 최고작품상,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아시테지상 등을 받았다. 30여 국에서 해외 공연을 한 ‘달래 이야기’, 우리 인형극 최초로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 ‘손 없는 색시’ 등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 인정받는 역작을 무대에 올려왔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인형극에도 큰 시련이었다. 춘천인형극제는 일정 분산 개최, 찾아가는 인형극, 계절별 테마 공연 등 역발상으로 침체된 세계 인형극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캐나다 퀘벡을 꺾고 세계 50여 나라가 참여하는 2025 유니마 총회 유치국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성과를 평가받은 덕.
조 이사장은 “우리 인형극엔 한국인 DNA에 자연스럽게 새겨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장르를 뒤섞는 힘이 있다. 각자의 인형극 전통이 견고한 해외 관객과 관계자들이 놀라워하는 장점”이라고 했다. “인형극 창작자를 길러내는 교육과정 운영을 시작했고 상설 인형극 학교도 기획 중입니다. 한국 인형극, 더 쑥쑥 커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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