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살펴보는 중"…국빈 방미 앞두고 美의 '감청의혹' 대응 주목
과거에는 비공개 설명…도감청 대상·시점 등 이전 사례보다 더 '민감'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를 앞두고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도·감청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현재는 정보 관련 사안에 대한 의혹 보도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 사안을 두고 한국 내 여론이 악화할 경우 12년만의 국빈 방미 의미가 퇴색하면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 정보 당국의 한국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도·감청 의혹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국방부는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고(review) 있으며 법무부에 조사를 공식 의뢰했다"며 기밀문서 유출 의혹 보도에 대해 표명했던 입장만 재확인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자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유출된 문건에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 대화가 포함됐으며 해당 정보가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수집됐다는 도·감청 의혹 보도가 미국 언론에서 추가로 나온 상태다.
여기에는 영국, 이스라엘 등 다른 미국 우방국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법무부 차원에서 기밀문서 SNS 유출 의혹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해당 문서를 놓고는 "진짜 같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함께 일부 내용의 경우 러시아가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가 같이 나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 정부가 과거처럼 사실관계 확인에 집중하면서 관련국과 물밑에서 소통하면서 파장 최소화에 나설 가능성 있다는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의 향후 대응 방향을 놓고는 2013년 주미 한국대사관 등에 대한 영국 가디언지의 도청 의혹 보도 상황도 거론된다.
당시 가디언지는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에서 입수한 일급비밀 문서를 토대로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는 당시 외교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미국은 시차를 두고 미국의 정보활동에 대한 기본 입장 등에 대해 우리 측에 설명했다.
다만 도청 의혹 자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존 케리 당시 국무부 장관은 가디언지 보도 직후에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서도 "내가 아는 한 (관련 의혹은) 특이한 일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자국 안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측의 이런 태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국 정보기관이 다양하게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상황도 고려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26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과 한국의 외교·안보 사령탑까지 대상으로 한 감청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 정보수집의 장소가 미국 본토가 아닌 한국 국내로 보인다는 점 등에서 미국이 이전 사례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청 의혹이 보도된 내용인 우크라이나 포탄 우회 지원 논의 자체는 한국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감청 대상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란 점에서다.
해당 의혹이 적절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한국 내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하면서 미국에 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한국 내 대(對) 정부 압박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야 하고, 필요시 미측과 협의를 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미국 측으로부터 사실관계를 확인받은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동맹 관계 자체는 굳건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유출된 기밀의 정확한 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은 미국 정부의 대응에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정부는 일단 유출된 기밀의 규모와 내용, 유출경로, 파장 등을 총체적으로 규명한 뒤 본격적인 수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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